지난 4월부터 시행된 대규모 약가 인하(처방약 6506개) 정책이 일부 의사들의 처방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1#우열을 따지기 힘든 두 종류의 약이 있다면 환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싼 약을 처방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존 처방패턴을 유지한다는 의사들도 많았다.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김희천 교수는 "약가인하 이후 처방 패턴이 어느 정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약값이 싸지면 처방 패턴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다. 의사들이 환자 본인부담금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의사들도 그럴 수 있다. 기존 쓰던 약도 마찬가지다. 약효가 동일하다면 싼 약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A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 교수는 "이전부터 오리지널과 제네릭에 큰 차별을 두지 않았다. 만성질환자는 약값 부담이 있을 수 있어 항상 처방 전에 의견을 묻는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약을 택했다"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약가인하도 같은 맥락을 보면 된다. 비슷하다면 굳이 비싼 약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 개원의는 "과거에는 제네릭을 처방한 이유가 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약가 인하로 오리지널과 복제약 가격이 같아졌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로 일부 처방을 변경했다"고 귀띔했다.
제약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맞는 마케팅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A교수는 "약값 인하 시기에 맞춰 제약사 직원들도 자사약이 싸졌다며 홍보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약가인하가 처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개원내과의사회 복수 관계자는 "기존과 큰 차이없이 처방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계, 약가인하 활용 맞춤형 전략짜기
제약계는 이런 의료계의 처방 변경 움직임에 맞춤형 전략을 짜고 있다. 여기에는 복제약 가격 자진인하 움직임도 있었다.
국내 상위제약사 PM은 "얼마 전 회의에서 복제약 약값을 내리기로 했다. 솔직히 내가 의사라도 리베이트 등의 요인이 없고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이 같으면 오리지널을 쓰겠다. 앞으로 제네릭 저가 마케팅이 판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국내사의 움직임에 대해 다국적사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들은 주로 4월 이후 자사 오리지널이 복제약과 가격이 같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C사 직원은 "아무래도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이 동일해진다는 것은 우리 쪽에서는 호재다. 약값이 깎인다는 불이익도 있지만 반사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 점을 홍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