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대규모 약가인하 정책…토종제약사 기반 '흔들'
7일 녹십자와 한미약품을 끝으로 모두 공개된 토종 빅5 제약사(매출액 기준)들의 올 1분기 경영 실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녹십자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제약사들이 모두 부진했다. 매출액은 제자리걸음했고,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심한 곳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90% 넘게 줄기도 했다.
4월부터 시행된 대규모 약가인하로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됐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토종 '빅5' 제약 1분기 실적, 녹십자 빼고 '초토화'
실제 국내 '빅5' 제약사의 1분기 경영 실적은 참담했다. 백신 등으로 특화된 사업구조를 가져 약가인하 영향에서 벗어난 녹십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동아제약(2102억원→2186억원, 4%), 대웅제약(1729억원→1722억원, -0.4%), 유한양행(1641억원→1665억원, 1.46%), 한미약품(1485억원→1452억원, -2.22%)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분기 매출 성장률이 10%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제약계가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영업이익은 상황이 더 나빴다.
전년동기대비 동아(303억원→161억원)는 46.86%, 대웅(187억원→126억원)은 32.62%, 유한(155억원→80억원)은 48.39%, 한미(107억원→9억8000만원)는 90.84%가 감소했다.
약가인하 여파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의 영업이익이 사라진 셈이다.
반면 녹십자는 약가인하에 아랑곳 않고 1분기 호성적을 냈다. 백신 등 약가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구조 덕분이다.
매출액은 2011년 1562억원에서 올해 1734억원으로 11.0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69억원으로 전년동기(208억원) 대비 23.08% 늘었다.
전문가들 "제약업계, 2분기는 더 바닥칠 것"
문제는 이런 약가인하로 인한 제약업계의 부진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점이다.
증권가는 1분기보다 2분기가 더 바닥을 칠 것이며, 정상 궤도에 올라오려면 최소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업계 부동의 1위 동아제약의 2분기 영업이익(131억원)을 전년 동기대비 56%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기달 애널리스트는 "동아는 1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는 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4월부터 시작된 약가인하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본격화되고 차액 정산 등 일회성 비용도 2분기에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물론 2분기 매출액은 도입 품목 효과로 전년 동기대비 4.9% 증가한 2355억원이 전망되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이 빠진 131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런 상황이 타 제약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리고 약가인하로 인한 타격을 딛고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1~2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