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DRG)가 의결 안견으로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개원의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개원가에 따르면 일단 협상 창구가 의협으로 일원화됨에 따라 협회 집행부를 믿고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DRG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 안과, 외과 등 진료과 개원의들은 "만약 정부가 이번에도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생존권을 내걸고 투쟁에 나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한 임원은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포괄수가제에 대해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정부안 그대로 갈 경우 산부인과는 버티기 힘들다. 이미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지금도 겨우 병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당장 인건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비용만 늘어나는 구조라면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010년 DRG 수가개편에 따라 백내장 수술 수가인하로 타격을 입은 안과 개원의들도 이번 건정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백내장 수가 인하로 정부에 대한 불신감까지 더해져 안과 개원의들의 여론은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다.
안과의사회 관계자는 "건정심 결과에 따라 안과 개원의들은 생존권을 걸고 파업도 불사할 정도로 분노에 차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백내장 수술을 실시하는 안과 개원의 대부분이 DRG에 동참하고, 질 유지를 위해 애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수가를 인하했는데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런 상황에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비인후과와 외과 이외 타 진료과 개원의들도 민감하긴 마찬가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과개원의협의회 한 임원은 "정부는 의료계가 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정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식은 곤란하다. 국민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모 임원은 벌써부터 편도수술 원가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회원들이 있다고 했다.
그만큼 정부의 무리한 DRG정책은 의료의 질 저하 혹은 저가 의료로 가는 수순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결국에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들에게 큰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지금은 전신마취 수술을 하는 김에 중이염과 편도수술을 한 번에 하지만, DRG가 시행되면 누가 동시에 하겠나. 정부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