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DRG) 수가 개정 의결을 앞두고 정부의 여론몰이가 매섭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오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포괄수가제 고시 개정안을 심의한다.
지난주 의사협회가 건정심을 탈퇴함에 따라 포괄수가제의 한축인 병원협회만 참여한 채 포괄수가 개정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복지부의 시각이다.
현 포괄수가(100% 기준)와 비교할 때 질병군별 개정수가안은 평균 102.7%(야간, 공휴일 수가 반영시 103.5%) 인상된다.
세부적으로는 자궁 및 부속기 수술 113.2%, 편도 및 아데노이드수술 109.8%, 서혜 및 대퇴부탈장수술 109.3%, 제왕절개분만 109.1%, 충수절제술 105.3%, 항문수술 101.3% 인상할 예정이다.
반면, 안과에서 시행하는 수정체 수술은 90.0%로 수가 인하가 유력하다.
복지부는 의협의 건정심 탈퇴와 포괄수가제 반대를 의식해 '포괄수가제 오해와 진실' 자료집 발간에 이어 29일 전문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는 포괄수가제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의협의 반대에 대응하기 위한 여론전으로 풀이된다.
이날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은 "현 행위별수가 환산지수와 독립된 포괄수가 환산지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추가 재정이 투입되더라도 행위별수가보다 더 주는 방안을 보험급여과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포괄수가제의 핵심은 수가 조정기전"이라고 전제하고 "포괄수가 인상은 일시적인 유인책에 불과하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연말까지 도출할 수가조정기전의 의미는 정부를 구속하는 것"이라며 수가인하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노환규 회장이 제안한 복지부장관과의 공개토론과 관련, 그는 "의협 회장과 담당 과장이 라디오에서 토론한 것이면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포괄수가제는 실무과장이 복지부를 대표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 과장은 포괄수가제 불참 의료기관에 대한 대응과 관련, "7개 질환군 청구는 포괄수가만 가능하다"면서 "환자를 거부하거나, 행위별수가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복지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포괄수가제 모형 중 미진한 부분도 적지 않다.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참여 의료기관의 인센티브 지급과 관련, "포괄수가제 시행후 의료 질 평가에 따른 성과지불제도(P4P)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을 편성한 것은 아니다"고 확답을 피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적자 발생에 대해서도 배 과장은 "일부 대학병원의 재정적자 지적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출 자료를 근거해 수가개정을 해 나가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의협은 파업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포괄수가제의 실상을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포괄수가가 시행되더라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면서 "의료의 주체인 의사들이 반대하는 제도를 강행했을 때 힘들어지는 것은 결국 정부"라며 건정심 탈퇴는 대정부 투쟁의 서막임을 내비쳤다.
반면, 복지부 박민수 과장은 "의협의 탈퇴로 건정심 위원들의 기분이 상해있다"고 전하고 "의협 대 복지부에서, 의협 대 건정심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며 의협 측과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포괄수가 고시안 의결에 이어 7월 병의원급 당연적용이라는 예정된 수순에서 의협과 정부의 맞불작전이 어느 축으로 기울지 주목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