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이 의약품 재분류 과정에서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산부인과의사회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모든 경구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31일 성명서를 내고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될 경우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면서 "원치 않는 임신이나 낙태는 감소하지 않고 성병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중국 등 나라의 사례를 들며 "응급피임약 복용 확산 이후 성병만 증가하고 원치 않는 임신이나 낙태는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못 박았다.
게다가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의 10~30배에 달하는 고용량 호르몬 제재여서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응급피임약과 관련된 피임 상담은 여성의 사적인 문제여서 '약국'이 아닌 '병원'이 적합하다고 했다.
가령, 응급피임약 처방시 성생활 시기나 배란일 여부, 금기증이 있는지, 임신상태는 아닌지 등을 물어보고 응급피임법 사용이 적합한지, 환자에 대한 선별과 이에 따른 진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약의 부작용이나 주의사항, 응급시 대처방법 이외에도 사전피임 상담 등도 함께 진행해야 하는데 약국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의약품화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24시간 운영하고 있는 산부인과병원이 곳곳에 있고, 급한 경우 병원의 응급실에서 응급피임약을 비치하고 있는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제외하는 것은 편리성만을 내세운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거듭 지적하고 "이는 오남용 방지를 내세운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경구피임약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과 관리 아래 여성 건강을 위해 처방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