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31일 건강보험 직장, 지역 재정을 통합한 것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경만호 전 의협회장 등 4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각하' 판결을, 조남현, 이은혜 청구인이 제기한 소송에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헌재가 '소를 제기하는데 필요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각하 판결을 내린 근거 등 건보통합 위헌 소송 판결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
각하 판결 이유 "소송 청구기간 지났다"
경만호 전 의협회장 등 4명이 제기한 위헌 소송의 요지는 건보재정 통합은 직장-지역 가입자의 단일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전제로 도입된 규정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직장-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산정기준을 이원화 한 것은 건보재정 통합의 기본 전제 조건을 어겼다는 것.
또 보험료 부담 역시 불평등한 구조로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직장가입자에게 전가되고 있어 직장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소를 제기하는데 필요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각하 판결을 내렸다.
헌재에 따르면 헌법소원은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또는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 청구해야 한다.
헌재는 "경만호 등 4명의 청구인은 관련 법률조항들이 시행된 2007년 이미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청구인들은 재정통합 시행 1년이 지나 심판청구를 했으므로 청구기간을 넘은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재정통합, 입법형성권 벗어난 것 아니다"
한편 조남현, 이은혜 청구인이 제기한 재정통합, 보험료 산정 기준 위헌 소송에는 기각 판결이 떨어졌다.
기각이란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나 상소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재정통합 유지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조남현 전 의협 정책이사는 직장-지역 가입자간 보험료 산정기준을 차별함으로써 보험료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담하는 집단이 재산권과 평등권을 제한받는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헌재는 "건강보험법 제정 이후 지역가입자의 다수가 직장가입자로 편입되면서 소득활동이 없는 노년층, 영세 자영업자 등이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직장-지역가입자의 재정을 분리할 경우 경제적 계층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입법 경과와 취지에 비춰 살펴보면 재정통합은 경제적 계층의 형성을 방지하고 소득재분배와 국민연대의 기능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며 "이는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험료 산정 기준, 지역-직장 경제적 능력에 상응"
소득 기준인 직장인 가입자, 재산 기준인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이원화에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청구인들이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용카드 사용의 확대, 현금영수증 제도의 도입, 소득축소·탈루방지업무를 위한 국세청 소득 자료 등과 연계제도, 소득탈루방지전담반 운영 등으로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산정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돼 그 내용이 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반영되고 있으므로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평등을 위한 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어 "보험료 산정 기준 이원화는 직장-지역 가입자의 본질적 차이를 고려해 각자의 경제적 능력에 상응하게 보험료를 산정하도록 하는 것으로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