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와 찬성하는 건정심, 시민단체가 맞붙었다.
지난 2일 오후 11시 20분에 방송된 KBS 심야토론에서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환규 의협 회장, 윤용선 보험전문위원, 정형선 연세대 교수(건정심 위원), 신현호 변호사(경실련)가 나섰다.
양측은 포괄수가제 도입의 의미부터 시행에 따른 효과 등 쟁점 하나하나에 대해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먼저 노환규 회장은 포괄수가제가 강제화 되면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가 아닌 경제적 진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방지하는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포괄수가제는 최선의 진료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전체 요양기관의 93%가 민간의료기관인 상황에서 포괄수가제는 의료공급자의 비윤리성으로 질적 가치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 패널로 참여한 황상준 씨는(안과 전문의) "포괄수가제는 수가를 깎기 위한 제도"라면서 "안과의 경우 포괄수가 인하로 저가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포괄수가제 찬성론자들은 이 제도가 표준진료를 장려하고 과잉진료를 억제해 오히려 의료의 질을 향상시켜 줄 것이라고 맞섰다.
신현호 변호사는 "행위별 수가제는 양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포괄수가제는 질로 가기 때문에 환자 의료인 모두 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패널로 참여한 김선민 심평원 평가위원(가정의학과 전문의)도 "돈이 많이 들어가면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포괄수가제를 통해 과잉검사 등이 줄어들면 의료 질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에 대해 노 회장은 다시 "안과의사 97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전원이 포괄수가제 도입 시 의료 질이 하락한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러한 관점에서 포괄수가제 도입의 의미에 대해서도 입장이 분명히 갈렸다.
의료계는 포괄수가제가 의료비를 깎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 반면 반대쪽은 비용효과성, 투명성, 질 향상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라고 대응했다.
이날 양측은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국민의 선택권을 두고도 논쟁을 벌였다.
윤용선 전문위원은 "포괄수가제가 되면 차별화된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의 선택의 폭이 없어진다"면서 "모든 국민이 3000원짜리 짜장면만 먹으라고 하는 게 제도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현호 변호사는 "같은 3000원짜리라도 다른 가게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기관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패널인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환자가 비급여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도 병원과 의료인이 치료방법을 선택하지, 환자가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윤 위원은 공단 일산병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거론하며 원가 이하의 수가 문제를 거론하자, 신 변호사는 의사의 적정 임금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이날 노환규 회장은 "포괄수가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 문제다. 우리는 과소진료의 위험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7월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형선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지금까지는 한정된 재원을 쓰는 방법을 보험자와 환자가 고민했는데, 포괄수가제는 절약할 부분을 의사가 같이 고민하자는 것"이라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윤용선 위원은 "포괄수가제는 분명히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이익 때문이 아니라 환자가 고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현호 변호사는 "포괄수가제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하면 약제비가 아닌 기술료가 늘어나 의사에게도 좋을 수 있다"면서 "의사와 환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