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의 병의원 원가보존율 90% 이상이라는 연구결과에 신뢰성을 묻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데이터 자체도 터무니 없을 뿐더러 표본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4일 '유형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회계조사 연구 최종결과' 설명회를 열고 6가지 행위유형별 원가보존율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보사연은 의원 110곳과 병원 및 종합병원, 상급병원 12곳의 2010년 회계자료를 분석해 원가보존율을 산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의원 원가보존율은 평균 90.9%에 이르렀다. 의원 원가보존율만 보면 96.2%에 달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표본수집의 대표성과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실제 보사연의 연구에 쓰인 병원급 12곳 자료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전부였다. 병원급은 의료기관들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가가 산출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데이터 수집, 표본이 대표성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상급병원에서 영상검사시 비급여까지 몽땅 포함해도 수익율이 20%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영상검사 원가보존율이 200% 가까이 나왔다. 연구결과에 반영된 병원은 운영이 잘 되고 있는 병원들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보사연 연구결과에 대해 온라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 네티즌은 "의사가 저임금을 받는 게 정부의 희망사항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요새 인턴 연봉도 4000만원에 육박한다는데 이런 사실을 알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보사연이 봉직의 연봉을 평균 약 4000만원으로 산출해 원가를 계산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고 난리"라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제도적 뒷받침 없으면 대표성 문제는 계속 될 것"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보사연은 조사대상 병원들이 낸 세무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이며 자료의 정확성은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근거로 원가를 산출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보고서에도 관련 협회의 협조가 부족했고, 의원 자료수집이 어려웠으며,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병원급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원가분석에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처음 연구를 발주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의료계의 문제 제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결과에 대해 "의료계가 제출한 세무자료를 바탕으로 낸 결과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회계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지금 원가보존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운을 뗐다.
봉직의 연봉에 대해서는 "의원이 낸 세무결과에 따르면 봉직의가 주5일 근무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1주일에 2~3일만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평균 낸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봉직의는 상근직을 의미하지만 아르바이트 의사까지 포함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심평원은 병원급 자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원가분석 결과를 낸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연구에 쓰인 12개 병원 자료 중 ABC 원가분석 시스템을 사용한 병원 6곳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비슷한 행위패턴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를 내는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병원과 관련된 원가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상대가치점수 산출을 위한 구축 자료 적정성 검증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사연 관계자도 "연구 자료 확보에 무리가 있었다. 자료를 낼 때 반대급부 없이 내라고 하니 모든 파트에서 자발적으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