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수가제를 거부한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해 진료 수익을 공개할 수 있다고 하자 의료계의 반박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가 되기까지의 투자 비용과 시간, 복리후생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기업 직원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15일 다음 아고라에 아이디 '우하하핫'은 "의사의 현실, 수입 솔직하게 까발려 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글은 오전 11시 17분에 게시됐지만 2시간 동안 조회수가 2만 2천 클릭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방 요양병원에 근무한다고 밝힌 글쓴이는 "정부에서 의사들이 포괄수가제에 반대를 하니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엄포를 하고, 말도 안되는 자료 해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의사들을 비난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나는 다른 전공을 하다가 의대에 입학한 케이스"라며 "의대에 들어가려면 수능 상위 1%에 등록금도 일반대학의 1.5배, 책값은 3배 이상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6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턴, 레지던트는 거의 필수"라면서 "인턴, 레지턴트 월급은 주당 120시간 일하고 월 200만~300만원을 받기 때문에 시급으로 1천원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전문의를 딴 후 보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박봉을 견디는 것이지만 4년제를 나온 회사원과 같은 취급을 받으면 아무도 의대 진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전문의를 따고 나오면 30대 중후반이다"며 "4년제 나온 회사원들은 그 때 과장이나 차장이 되서 연봉 6천만~1억원 쯤 받는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의사는 그때 비로소 보통 600만~1500만원을 받지만 복리후생, 퇴직금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500만~1300만원 수준이다"며 "게다가 요샌 봉직의 자리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는 의사들이 돈 때문에 포괄수가제에 반대하는 줄 알고 비난한다"면서 "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죽어라 공부해서 경쟁력 갖추고 일만 하다가 아무 보상을 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면서 느낀 포괄수가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환자 부담금 30만~60만원 내고 국가에서 100만원 정도 지원해 줘 한달에 총 150만원을 받고 치료해 준다"며 "요양병원은 현재 포괄수가제로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달 총 150만원 내에서 밥 주고 약도 줘야 하기 때문에 병원 사장님이 약을 최소로 쓰라고 강요한다"면서 "의사 양심으로 환자를 다른 병원에 진료를 보내도 결국 싫은 소리를 듣는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은 현재 행위별수가가 아닌 일당정액수가가 적용되고 있다.
글쓴이는 "이것이 요양병원(포괄수가제)의 과장없는 현실"이라며 "당장 의사의 양심에 따라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게 바로 포괄수가제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