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뇌출혈환자의 출혈 후 약 7시간, 응급실 내원 후 약 5시간 후 개두술을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의료과실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의 유족인 주모씨 등이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환자는 2006년 1월 서울대병원에서 좌측 중대뇌동맥 거대동맥류 결찰술을 시술받았다.
이후 2008년 3월 23일 오후 7시경 사우나에 간 후 3시간 후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지만 의식이 저하되고 우측에 무력감이 있어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뇌동맥류 파열이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오자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환자는 자정 무렵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당시 글래스고우 혼수척도점수(GCS)가 의료진에 따라 E3M6V1(신경외과 전공의), E2M6V1(응급의학과 전공의) 등으로 평가됐고, 동공은 빛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병원 의료진이 자정 무렵 뇌 CT를 촬영한 결과 과거 결찰술을 받은 좌측 뇌 부위에서 혈종이 발견됐고, 신경외과 전공의는 응급 뇌실외배액술, 뇌혈관조영술과 필요하다면 응급 개두술을 시행할 것을 계획했다.
그런데 20여분 후 환자의 의식 수준이 저하되는 등 GCS가 E1M3V1이 되고 동공이 고정되자 의료진은 뇌 CT 촬영을 했고, 그 결과 뇌수두증이 악화된 소견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오전 1시 22분 경 기관내 삽관을 하고,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하자 GCS가 E1M5VE로 평가됐다.
환자는 그후 2시 30분경 혈관조영실에 입실해 혈관조영술 검사를 받았는데 과거 결찰술을 받은 부위의 클립이 미끄러진 형태로 이동해 크게 증가한 뇌동맥류가 확인됐다.
병원 의료진은 오전 4시 29분부터 뇌 CT 3차 촬영을 한 결과 재출혈이 발생해 혈종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뇌 정중선이 이동한 소견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오전 5시 18분경 수술장으로 보내져 교수 집도 아래 수술을 받았지만 별다른 호전이 없었고, 입원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그러자 서울고법은 2010년 10월 "환자가 내원한 자정 무렵부터 신경외과 혈관팀 교수가 병원에 도착한 5시 20분경까지 환자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개두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서울대병원에 과실이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상태 파악 및 수술에 필요한 여러가지 검사를 거쳐 출혈 추정시점 후 약 7시간, 병원 응급실 내원 후 약 5시간이 지나 수술을 한 행위가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환자가 서울대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이미 뇌지주막하출혈을 평가하는 H&H IV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의료진은 환자의 임상상태, 뇌동맥류 및 뇌출혈의 특성, 수술 난이도 등을 고려해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수술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환자의 뇌동맥류 상태에 비춰 높은 사망률을 수반하는 중대뇌동맥 폐색술 대신 뇌혈관우회술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을 통해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 아래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