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가 직접 뽑아주는 커피, 도서대출 서비스, 만화책, 놀이방, SNS 상담 서비스까지…
진료실 풍경이 바뀌고 있다. 개원입지나 친절 등 전통적 접근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경쟁력 강화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다.
피부, 미용 진료과가 네트워크 등 브랜드를 구축하며 '진료 외 영역'의 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이자 보험진료과도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점심·야간 진료 시간을 확대하거나, 진료 공간을 카페처럼 꾸미는 일, 또는 '의사 선생님'의 권위를 버리고 환자 응대를 강화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
개원가가 생존 경쟁에 내몰린 이유와 이런 환경 변화에 맞서 나름의 경쟁력을 찾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개원가 포화 상태 "진료만 잘 봐서는 한계"
포화 상태에 이른 개원가에서는 진료만 잘 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과연 30년 사이 요양기관 수는 얼마나 늘었을까.
작년 기준 의원급 요양기관은 무려 5만 5296개로 집계됐다. 또 병원급은 3000곳을 훌쩍 넘어섰다.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1980년 1만 3316개에 불과하던 전체 요양기관은 2010년 8만 2948개로 6.2배 급증했다.
이 기간 의원급은 1만 170개에서 5만 5296개로 5.4배, 병원급은 341개에서 3065개로 9배 증가했다.
의사 면허증을 따면 자연스럽게 부와 명예가 보장됐던 시절은 지났다는 얘기다. 즉 진료는 기본이고 환자 서비스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진료 외에 환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 제공으로 '쉼터'와 같은 공간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은 없나요?"
의원에 들어서니 통유리의 밝은 채광과 함께 시원한 전경이 펼쳐진다. 원두 커피향과 음악이 나오고 한켠에는 도서가 진열돼 있다.
카페가 연상되지만 사실은 환자 휴게실이다. 한 층 전부를 환자를 위한 북카페로 만든 이는 바로 이현숙 원장.
소아발달장애아를 위주로 진료를 보고 있는 '아이들세상의원'은 개원 초기부터 초점을 환자 편의에 뒀다.
이현숙 원장은 "요즘 추세는 진료 서비스는 기본이고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편의 시설 마련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성형외과 뿐만 아니라 보험과에서도 편의 서비스 경쟁이 불붙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 이상 전통적인 '좋은 진료 서비스'로 다른 병의원과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 진료 서비스는 기본이고 이젠 환자를 위한 공간 마련이 성패의 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최근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놀이방을 마련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이를 데려온 보호자를 위한 시설에는 인색했다"면서 "아이가 치료받는 동안 보호자가 쉴 수 있도록 한 층을 전부 북카페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원 당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편의 시설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며 "거동이 불편한 아이를 여기저기 데려 다니는 보호자의 입장에서 진료실을 디자인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카페에서 쉬고 있던 한 보호자는 "멀리서도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배려와 존중을 받는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며 "심리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이런 공간은 꼭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도서 대출 서비스…진료실은 치유 공간이자 쉼터"
보험과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센트럴서울안과도 진료실을 '진료실 이외'의 공간으로 바꿨다. 진료 대기실 밖에 테라스를 조성했고 도서대출 서비스도 하고 있다.
최재완 원장은 "대학병원에서 1분 진료, 30초 검사를 위해 환자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개원 전부터 대기시간 동안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을 구상했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도서대출 서비스를 한 이후부터는 환자들도 자발적으로 도서를 기증하고 있다"며 "최근 진료를 받았던 정현종 시인도 도서를 기증하고 갔다"고 덧붙였다.
센트럴서울안과는 한 달 도서 구입 비용으로 20만원 가량 쓰고 있다. 또 환자의 의견을 들어 아이패드나 오락기 등 놀이기구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 원장은 "진료실을 치료의 공간이 아닌 환자의 쉼터 개념으로 바꾸고 나니 신뢰 형성이 더 쉬워졌다"면서 "앞으로도 편의 시설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만화책과 소설책을 비치한 곳도 있다.
더블유항외과 박성원 원장은 "대기실에 만화책과 원두커피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피부, 미용 진료과에 이어 최근엔 보험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편의 시설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하면 약소한 편"이라면서 "향후 보험과에서도 환자를 중심에 둔 서비스가 보편화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