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경증질환 분류에 따른 상급병원 진료비 추이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나면서 일정 부분 환자 재분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대형병원은 되려 환자가 늘어난 반면 중소 대학병원들은 절반 이상 환자가 이탈하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어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상급병원→병의원 환자 이탈 현상 뚜렷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시행 이후 52개 상병에 대한 의료기관별 청구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시행 이후 상급종합병원에서 일선 병·의원으로 발길을 돌린 환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가 시행된 이후 외래환자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총 진료비는 2010년 4분기 6594억원에서 2011년 동기에는 6914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대상 질환인 52개 질환만 따로 놓고 보면 2010년 4분기 508억원에서 2011년 382억원으로 75%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반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2010년 8800억원에서 2011년 9835억원으로 11% 늘어났다. 상급병원 환자들이 개원가로 이탈했다는 뜻이다.
중위권 대학병원 직격탄…끄떡없는 대형병원
그러나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의 목적과 다르게 대형병원이 아닌 지역 밀착형 대학병원 환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이후 오히려 환자가 늘어났다.
2010년 4분기 52개 질환에 대한 총 진료비는 29억원 선이었으나 2011년 4분기에는 34억원을 기록한 것.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이후 오히려 5억원 정도 진료비가 늘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은 2010년 4분기 17억원 정도 진료비 수입을 거뒀지만 2011년에는 18억원으로 1억원이 늘어났다.
이외 대형병원들도 환자수 감소폭은 미비한 수준이다.
서울대병원은 2010년 4분기 21억 5천만원에서 2011년 동기 20억 9천만원으로 불과 4천만원 정도밖에 진료비가 줄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도 마찬가지. 21억 4천만원에서 19억 9천만원으로 1억여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위원 대학병원들은 상황이 심각했다.
I병원은 2010년 4분기 52개 질환에 대한 진료비가 11억 7천만원을 기록했으나 2011년 동기에는 4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B병원도 마찬가지. 2010년 4분기에는 6억 2천만원의 진료비를 청구했지만 2011년 4분기에는 2억 4천만원으로 사실상 3분의 1토막이 났다.
국립대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K대병원은 2010년 4분기 6억 3천만원의 진료비 수입을 거뒀지만 2011년에는 2억 4천만원 밖에 벌지 못했다.
I병원 관계자는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 또한 결국 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대형병원과 1차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갈라지면서 지역 중심의 대학병원과 병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