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년수*1.5+18개월 치 급여'.
얼마 전 끝난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의 희망퇴직(ERP, Early Retirement Program) 보상 조건이다.
만약 월 500만원을 받는 20년차 직원이 희망퇴직을 한다면, 2억4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부 다국적사의 파격적인 희망퇴직 조건에 국내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본인들은 임금동결은 당연하며, 약가인하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회사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같은 업종 임에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사 임원은 2일 기자와 만나 "참 외자사 희망퇴직 조건을 보면 억소리난다. 일하고 싶은데 구조조정을 당하는 사람이야 억울하겠지만, 이직 등을 생각하던 이에게는 이런 보상 조건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국내사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외자 기업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같은 업종인지라 상대적 박탈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국내사는 장기 근속이 살 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내사 관계자는 사노피의 희망퇴직 조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모 매체에서 사노피 희망퇴직 보상금이 최대 54개월+4000만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적이 있었다. 이 조건이면 거의 5년간 월급이 보장된 상태다. 당시 다국적 기업이 부럽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최근에는 약가인하다 뭐다해서 제약계가 참 힘들다. 회식도 안하는 분위기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외자사 정도의 희망퇴직 조건이 나오면 한번 응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답했다.
한편, 사노피 희망퇴직 기본 보장 조건은 '근속년수*2+8개월 급여'였다. 여기에 또 5년 이상 10년 미만 직원에 2000만원, 10~15년 3000만원, 15년 이상 4000만원의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애보트도 지난 2일부터 '근속년수*2+20개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