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병협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병협은 최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협에 강한 경고를 보냈다. 의협 노환규 회장이 취임 이후 대병협 공세를 강화하자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노 회장은 사실상 병협을 의료계 발전을 저해하는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포괄수가제 시행안이 의결된 이후 노 회장은 병협을 '전경련'에 비유하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노 회장은 이후 의사노조 설립, 수련업무 제3의 기구 이관 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건정심에서 병협을 배제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병협이 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에 합의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병협 김윤수 회장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에 대해 회장 출마 당시부터 '조건부 찬성론'을 펴 왔다. 중요한 것은 병협이 포괄수가제에 찬성할 수 있음을 예고해 왔지만 의협은 병협을 동지로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현안에 따라 협회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를 하나로 만드는 게 정치력이다. 지도자가 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생각과 입장이 다르다고 모두 적으로 만들면 결국은 고립된다. 의사들은 노 회장이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표를 던지지 않았을까.
또 하나 의협이 현 시점에서 병협과 감정싸움이나 할 정도로 한가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협은 새 집행부 출범 이후 포괄수가제 저지에 올인해 왔다. 그러다 새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중재에 나서자 잠정 수용으로 돌아섰다. 앞으로 어떻게 포괄수가제에 대응할 것인지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건정심 위원 구성만 개혁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개원가 양극화 등 현안이 수두룩하다. 의협은 이런 현안을 제쳐두고 병협과 정면대결을 선택한다면 '하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