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호칭 빼고 저랑 맞팔(트위터에서의 친구맺기) 하실래요?"
스마트폰을 활용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서 의사-환자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권위적인 의사 '선생님' 대신 트위터와 카카오톡을 통해 언젠든 상담할 수 있는 친구와 같은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
피부, 성형 진료과가 네트워크 등 브랜드를 구축하며 '진료 외 영역' 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이자 보험진료과도 '친절 마케팅'을 도입하는 추세다.
특히 의사들은 SNS를 통해 건강정보를 제공하거나 불편 사항을 적극 수용해 병원 홍보 효과와 함께 환자들과 열린 소통이라는 일거양득을 보고 있다는 평이다.
"입지로 승부 보는 시대 끝…입소문이 경쟁력"
트위터에 등록된 유명 의사의 팔로워(follower) 수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1만 명을 넘을 정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의 의사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카카오톡과 블로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에비뉴여성의원 조병구 원장은 "전통적인 진료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환자와 소통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질병정보와 진료실 일상을 전하고 있는 조 원장은 최근 카카오톡 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만지는 빈도가 더욱 늘어났다.
조 원장은 "SNS가 활성화되면서 더 이상 환자와 병원간의 물리적 거리는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온라인에서의 입소문 때문에 제주도에서 올라와 진료를 보는 사람까지 생겼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환자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이미 병의원의 평점과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좋은 입지에 개원해서 오는 환자만 봐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다.
조 원장은 "홈페이지는 실명으로 글을 써야하지만 카카오톡으로는 쉽게 물어보고 답할 수 있다"면서 "실시간 상담을 해주고 잘된 점과 부족한 점 등의 피드백을 받으면 진료 환경에 바로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블로그에는 질병 정보나 진료 일상 글들을 올리고 있지만 딱딱한 느낌보다는 인간 냄새가 나도록 꾸민다"며 "스토리텔링의 시대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정보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환자도 반응 한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앉아서 오는 환자만 보는 시대는 90년대 이후로 이미 끝났다"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찾아 움직이는 환자를 위해 병의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만나려면 QR코드 찍고 접속하세요"
2년 전부터 명함에 QR코드를 넣은 피노키오이비인후과의원 장선호 원장은 페이스북과 병원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상담을 해주며 진료실 문턱을 낮췄다.
장 원장은 "환자는 치료가 끝나기 전에는 항상 불안해 하기 마련이지만 마음을 터 놓을 곳이 없다"면서 "부담되는 전화 상담 대신 간단히 문자로 소통을 할 수 있는 SNS에 더욱 많은 의사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와의 소통은 불안한 심리를 누그러뜨리고 의사-환자간 신뢰도를 높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장 원장은 "치료가 끝난 환자들로부터 감사 인사나 치료 예후 등에 대한 글들도 종종 온다"며 "옛날처럼 진료실만 차려놓고 진료를 보는 방식으로는 환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한편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한 개방형의 트위터, 페이스북 대신 폐쇄형 SNS를 통해 환자 편의를 강조한 병원도 있다.
미즈메디병원은 기업용 트위터를 표방해 만든 야머(Yammer)를 통해 사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직원이 600명 정도 되다보니 소통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직원들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환자 서비스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기 힘든 내용도 온라인에서는 쉽게 전달할 수 있다"며 "화장실 종이가 떨어졌다든지 시설이 고장난 것 등 세세한 부분들도 바로 전달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직원들의 소통을 강조하니 자연스레 환자 편의를 위한 시설 관리에 좀 더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노 이사장은 "직원들의 불편 사항 개선이 곧 환자 편의 증진으로 이어진다"며 "진료 서비스 개선에 더욱 많은 의사들이 SNS를 활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