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가 자택에서 원인미상으로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료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라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최근 수련제도 개편과 전공의노조 창립 불씨가 되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타까운 사건을 정쟁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A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3년차 전공의 B씨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전공의 사망 두고 의혹 확산…의협 "진상 조사 하겠다"
B씨는 이미 지난 7일 발인이 끝난 상태지만 일부 의사들이 사인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렸으며 이러한 어려움을 병원에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이러한 의혹이 확산되자 최근 의사노조 설립 등 의사 권리 확보를 기치로 움직이던 대한의사협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 사건을 파헤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만일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수련제도 개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관계자는 "현재 자체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협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경우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했다.
진실은 무엇인가…"유족들 생각해야"
그렇다면 과연 이 전공의의 사망은 과로로 인한 희생일까. 지금으로서는 이에 대한 진실은 밝히기 어렵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단순 사망 처리했고, 유족들은 원인 미상으로 사건화하지 않았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증언만이 남았을 뿐 객관적인 증거는 찾기 힘들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이번 사건이 끝없는 의혹을 낳으며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인과 유족들의 명예도 생각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A대병원 관계자는 "경찰이 단순 사망으로 결론 내렸고, 유족들 역시 병원과 경찰에 원인 미상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라며 "병원 차원에서는 유감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들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이번 일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면서 "안타까운 사건이 정치적 이슈나 희생양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못 박았다.
고인을 잘 알고 있다는 교수도 의견을 보탰다. 진실이 어떻든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병원 모 교수는 "물론, 병원내 일부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진실에 근접한 정보를 알고 있다"며 "하지만 가족들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데 진상조사다 뭐다 해서 여론을 타게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경찰과 가족이 침묵하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 한 사법기관도 아닌 의협이 진상을 조사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