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비상시 호출 근무 시스템인 '온콜(on-call)' 방식을 당직으로 인정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방침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호출 시간 이후 언제까지 진료를 봐야한다는 제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응급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13일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응급의료 진료체계의 합리적 대안을 주제로 서울시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에게 의견을 구했다.
송경준 교수는 기고 글을 통해 "복지부는 작년 8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공포된 이후 1년여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법 시행 3개월을 앞두고서야 난데없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는 등 무능하면서 게으르기까지 한 모습을 보였다"고 운을 뗐다.
전문의 당직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소아과학회는 불과 공청회 수 일 전에 관련 공문을 받은데다가 당직을 서도록 규정했던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학회와는 직접적인 사전 조율도 없었다는 것.
송 교수는 "복지부는 비상진료체계에서 전문의 진료가 왜 필요하고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할 지 답이 없다"며 "(온콜을 인정한)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유일한 걱정은 여전히 전문의의 비상진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모양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으로 지금과 같이 온콜을 허용하는 규정이라면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한 다음날 이뤄진다면 어떻게 되냐"면서 "이를 두고 전문의의 직접 진료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시행규칙안에 들어있는 온콜 인정과 전문의 직접 진료는 상당히 모순되는 규정"이라며 "전문의 직접 진료에 대한 시간규정이 없는 한 과태료나 면허정지 처분 등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전문의보다 전임의나 고년차 전공의가 응급실 진료에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 교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주요 임상과들이 세부전문의 과정을 만들어 호흡기 내과 전문의가 복통 환자를 보기 어렵고 순환기 내과 전문의가 단백뇨 환자를 보기 어렵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이를 고려할 때 세부전문의 취득후 시간이 오래 지난 전문의보다는 아직 세부전문의 획득 전의 전임의나 고년차 전공의가 응급실 진료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가장 많이 진료하게 될 환자는 발열이나 복통 환자이며 외과 전문의는 맹장염 환자가 될 것"이라며 "이런데도 모든 개설 진료과목에 당직전문의를 만들고 호출이 있으면 응급실에 나오게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만약 그렇다면 국민들도 몇 분에 한번 씩 부재중 전화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당직 전문의들에게 응당한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잦은 호출로 인해 다음날 외래진료와 검사, 시술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기회비용까지도 공동의 몫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