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하얀거탑' '브레인' '싸인'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빅' '닥터진'에 이어 이번엔 '골든타임'…
최근 공중파를 중심으로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를 경쟁하듯 방영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의학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병원만 배경일 뿐 그저 정치적 이해관계나 애정관계만 따지는 등 현실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와 의료기관을 소재로 방영중인 '빅' '닥터진', '골든타임'을 시청한 의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상당수 의사들은 "드라마가 의사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는 측면이 적지 않아 눈에 거슬린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골든타임은 그동안 의학드라마에서 외면했던 중증외상센터를 배경으로 부산 해운대 모 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를 시청한 한 의사는 17일 "골든타임이 석해균 선장 수술을 집도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초반이라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예들 들어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응급의학과 과장이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응급실을 30분 안에 비우라고 명령하는 장면은 비현실적이라는 것.
또 그는 "더 의아한 것은 응급실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존재로, 나머지 병원 관계자는 돈에 혈안이 되거나 책임을 피하기 급급한 모습으로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는 "드라마를 현실로 착각하는 시청자들에게 외상외과 의사는 선으로, 나머지는 악으로 인식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드라마 2부에서 신경외과 의사는 고층에서 떨어진 응급환자를 입원시키려 하자 "수술하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뭐 하러 우리가 덤터기를 쓰냐. 다른 과에서 문제가 명백히 없다고 밝혀야만 입원시키겠다"며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장면을 봐도 타과에서는 VIP 환자를 위해 응급환자 수술을 거부한다.
다른 개원의는 "기존 의학 드라마에서 의사는 죽어가는 생명도 살리는 신적인 존재로 묘사됐다"면서 "'닥터진'의 시간여행이나 '빅'처럼 영혼이 뒤바뀌는 황당한 설정을 보면 의사만 주인공으로 삼았을 뿐 픽션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개봉한 영화 '연가시'에서도 의사가 나오지만 골프를 치거나 제약회사 직원을 부리는 것으로 등장했다"면서 "'골든타임'에 출연한 의사가 "면허만 있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눈에 거슬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극중 의사가 복지부 과장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에서 화가 났다"면서 "저수가 환경에서 보험과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환경 등 실제 의사의 삶을 그린 드라마는 없는 것 같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