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원대(작년 UBIST 기준) 다국적사 혈압약을 관리하는 국내 모 제약사 PM은 최근 기자와 만나 "외자사와 품목제휴는 정말 할 짓이 아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한번은 마케팅 계획을 30쪽 분량으로 작성해갔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캔슬(cancel) 당했다. 결국 12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냈다. 일주일 꼬박 샜다. 솔직히 더럽고 치사하지만 매출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품목제휴를 두고 다국적사와 국내사간의 상하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사들이 외자약(오리지널) 마케팅을 위해 '품목제휴'에 뛰어들면서 다국적사 입장에서는 우월한 위치에서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된 것이다.
실제 한 다국적제약사 PM은 "최근에는 식약청 허가만 받아도 (국내사로부터) 품목제휴 제안이 온다. 솔직히 우리는 '누가 우리 약 팔아줄래요?'라고 언지를 주면 많게는 수십 곳이 달려든다"고 귀띔했다.
그는 "기존에는 품목제휴가 국내-다국적사 간의 윈윈 전략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자세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수 곳의 제안서를 보고 가장 조건이 좋은 곳을 선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다국적사 관계자도 "우리도 처음에는 쌍벌제, 약가인하 등 정부 규제에 아우성을 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리지널로의 처방 변경 등 적잖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품목제휴도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국내사들은 소위 한물 지나간(?) 외자약도 기꺼이 팔아주고 있었다. 큰 것을 얻기 위한 희생인 셈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 PM은 "외자사 대형 신제품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희생이 필요하다. 작은 품목의 공동 판매를 하면서 유대관계를 쌓아야 한다. 우리도 지금 그러고 있다. 향후 대형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다"라고 솔직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