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노환규 회장이 거듭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대화를 요청하고 나섰다. 노 회장이 취임한지도 벌써 3개월째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 한번도 복지부 장관과 공식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늦게 나마 대화를 제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노 회장은 25일 조선일보에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제하의 전면광고를 통해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왜 굳이 공개편지 형식의 대화를 제의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도 만나기도 전에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는 모양새다. 광고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가 장소 때문이라고 한다. 복지부에서 만나느냐, 제3의 장소에서 만나느냐 입장이 달랐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광고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아 시장통 아낙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장관이 전문가단체를 방문하여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지위를 낮추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노 회장은 "만약 장관님께서 또다시 굳이 "들어와서 인사하고 얘기하라"는 요구를 하신다면 저는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더 이상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장관님을 찾아뵙고 인사와 함께 직접 현안에 대한 논의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대화 장소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 자체가 권위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지금 의료계는 현안이 산적하다. 포괄수가제도 그렇지만 젊은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한 경영난, 빈익빈 부익부 심화, 의료전달체계 개선, 일부 과를 중심으로 한 수가 현실화 등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을 정도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의제를 제안하고, 어떻게 현안을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
노 회장은 취임 직후 자신이 투쟁가가 아니라 협상가라고 했다. 지금이 협상가의 면모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