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제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평원-공단 업무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발언은 자칫 의사집단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내몰 정도로 위험했다.
제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민주통합당 오제세)는 25일 국회 본관에서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요양기관 허위부당청구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 규모가 어느 정도 입니까?"라는 남윤인순 의원(민주통합당)의 질문에 강윤구 심평원장의 답변은 즉각 논란을 불러왔다.
강 원장은 허위부당청구로 3조 3000억원에 달하는 건보재정이 새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2011년 건보재정 37조 중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요양기관들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확인결과 강 원장이 말한 3조 3000억원은 지난해 심평원과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였다.
보험사기에 따른 민영보험금 누수 추정액인 것. 당시 연구는 서울대 산학협력단 김진현 교수팀이 맡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규모 추정액은 연간 최소 2920억원에서 5010억원이었다. 이 중에서도 민영보험 사기가 요양급여 허위 부당청구로 이어질 때 발생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은 1637억원 정도였다.
이 액수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 원장이 언급한 금액은 연구결과보다도 10~20배 더 뻥튀기한 액수다.
심평원은 업무보고가 모두 끝나고, 25일 늦은 오후 강 원장의 발언에 착오가 있었다는 내용의 보도 참고자료를 서둘러 발표했다.
"건강보험을 35년 운영했으면 이 정도는…"
주요 제도에 대해 행정편의주의적, 관료주의적이라는 지적도 잇따라 나왔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심평원의 급여심사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관료주의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심평원의 급여심사기준은 의사의 실제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진료의 실제상황에 맞게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질타하고 나섰다.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같은 질환이라도 일반병동과 중환자실 환자에게 투입되는 약, 의료행위가 다르다. 이처럼 다른 경우에 맞게 따로 급여기준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
강윤구 원장의 미흡하지만 개선하겠다는 답변에도 "생각만 하고 있으면 뭐하냐, 해야지"라고 다그쳤다.
김 의원은 "과목별, 중증도별로 기준을 설정한다고 해서 건강보험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건강보험을 35년 운영했으면 전문이 돼야 하는데 관료주의로 밖에 안보인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포괄수가제 청구방식이 너무 복잡해 이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포괄수가제 효과를 떠나서 급여 청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의사들이 (청구를) 제대로 못하게 된다면 나중에 더 큰 불만으로 오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청구를 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으면 이 좋은 제도를 나쁘게 볼 수도 있다. 행정상의 실수"라고 못 박았다.
공단 "건보 부과체계 일원화 연구 중"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필요성을 주장도 이어졌다. 실제 건보공단은 지난 1월 쇄신위원회를 만들고 3원화 돼 있는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일원화 하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은 "건강보험이 도입된지 35주년이 된 시점,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독일이나 일본 등은 건보 부과체계가 소득중심으로 일원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3원화돼 있어서 건보공단에 들어오는 민원 중 약 80%가 건보료에 대한 부분"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또 "건보제도 부과체계의 공평성, 형평성을 개편하기 위한 TFT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용익 의원도 "건보공단이 현재 연구하고 있는 가입자 단일화 연구에 따르면 보험료가 인상되는 사람은 16.4%, 인하되는 사람은 37.2%로 예측된다. 또 저소득층은 보험료가 인하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도 같은 생각을 갖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김 의원의 추측에 공감하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 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재정 중립 상태로 부과체계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연구가 마무리되면 복지부에 건의할 것"이라며 "10월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가 나오면 종합적으로 복지부가 검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의원도 건보공단의 건보 부과체계 일원화 계획을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건보 부과체계 일원화는 때 늦은 감이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 용역을 검토하면서 복지부와 꾸준히 이야기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