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개원가에서 휴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의원들의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한달간 폭염과 무더위로 환자가 많이 줄은 데다가 대진의를 초빙할 만큼 여유가 없어 휴가를 포기했다는 사례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31일 개원가에 문의한 결과 휴가철을 맞아 개원가는 아예 휴가를 포기한 의원에서부터 길게는 일주일 넘게 휴가를 즐기는 의원도 종종 눈에 띄고 있다.
양천구에 위치한 S의원 원장은 "폭염 때문에 7월간 환자가 하루 평균 20명 정도에 그쳤다"며 "휴가 대신 오는 15일 광복절에만 쉬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휴가를 가려고 해도 직원들의 휴가비나 대진의 초빙 비용도 부담이 된다"며 "직원들은 번갈아 가며 휴가를 보내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에 취직한 주변 사람들은 휴가를 길게는 일주일 넘게 간다"며 "주 6일을 진료를 봤지만 여름에 휴가도 제대로 못쓰는 게 지금 개원가의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의 M 내과도 휴가 대신 정상 진료를 선택했다.
M내과 원장은 "이상하리만치 올해는 여름 환자가 없었다"며 "휴가비도 부담되고 해서 휴가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원가 사이에서도 휴가 일정이 양극화되는 것 같다"며 "잘되는 의원은 3~4일 휴가를 가지만 환자가 뜸한 곳은 제대로 휴가도 쓸 수 없다"고 밝혔다.
관악구에 위치한 K산부인과 원장도 휴가 일정에 부담감을 나타내고 있다.
K원장은 "최근 2년간 휴가를 안갔지만 올해는 연변에서 열리는 해외 학술대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가를 가게 됐다"며 "대진의 초빙 비용과 직원 휴가비용 등으로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개원가는 일주일만 쉬면 환자가 다 끊긴다"며 "40만원 정도의 대진의 초빙료와 20만원의 직원 휴가비, 냉방비 등을 계산하면 휴가를 맘 편히 쓸 수 없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 6일 근무에 이어 야간 진료까지 보는 개원의들은 과한 노동강도를 견디고 있다"며 "휴가도 제대로 못쓰는 현실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