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혹은 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병원협회가 지난 2일 개최한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설명회'에 참석한 각 병원 의료진들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이탈 현상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다.
이날 H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 있지만 하나 같이 응급의료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그만두겠다고 한다"면서 "실제로 야간에 몰려오는 소아경증 응급환자가 얼마나 많은데 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365일 야간에 콜 대기하고, 낮에는 외래 진료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외래에도 중증 환자들이 많은데 이 환자들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꼬집었다.
지방에 D대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는 "요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주머니에 사표를 지니고 다닌다"면서 "언제라도 수틀리면 나가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500병상 규모에 응급의학과 의사 6명이 근무하는 병원이지만 5일 시행되는 응급의료법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법"이라고 덧붙였다.
응급실 환자의 30%가 응급소아환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응급의료법이 시행되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육체적,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외에도 피부과, 안과 등 개원하기에 적합한 진료과 전문의들은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개원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어떤 안과 전문의가 365일 당직 콜을 대기하는 생활을 견디겠느냐"면서 "차라리 개원하겠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서울 S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병원 스탭들은 면허정지를 당할 것을 각오하고 있다. 의료진이 모두 면허정지를 받으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라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의료진이 모두 면허정지를 받아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황이 되서야 복지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국립대병원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설명회를 통해 현실성이 없는 법안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법 시행 이후 센터를 반납하는 의료기관이 속출하던지, 의료진이 이탈하는 등의 현상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응급의료과 정은경 과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고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소아응급 의료체계를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