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 K교수(정형외과)의 전공의 폭행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고질적인 전공의 폭행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3일 병원계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부 교수 혹은 정형외과 등 특정 진료과에서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부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논란이 된 을지병원 K교수는 전공의에 대해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병원에 재직하기 이전에도 전공의 폭행 건으로 문제가 불거져 병원을 옮겼으나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없어 이슈화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을지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제보에 의해 폭행당하는 전공의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공론화되기에 이르렀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을지병원 K교수는 지난 2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를 중단했다.
해당 병원 측도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면 수습에 나섰지만, 마침 전공의 노조 설립과 맞물리면서 전공의 폭행에 대한 문제제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그렇다면 실제로 2012년 현재 전공의 폭행 혹은 폭언은 여전할 것일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 수위는 어느정도일까.
<메디칼타임즈>가 접촉한 전공의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답했다. 특히 정형외과 전공의의 경우 "폭행이나 폭언은 일상이다. 놀랍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을지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지낸 한 레지던트는 "선배 전공의들 중에는 K교수에게 맞아서 눈두덩이에 시퍼런 멍이 든 채로 환자를 진료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K교수의 폭행은 수술장, 병원복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면서 "한번은 컨퍼런스를 마치고 전공의들을 불러 세워 캐비닛에 스스로 머리를 찧으라고 요구했는데 '쿵쿵'울리는 소리가 회의실 밖에서 들릴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병원 전공의는 "인턴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 실수를 하는데 그때마다 폭행을 당하고, 얼마나 큰 실수인지의 여부에 따라 폭행의 강도가 결정된다. 중대한 실수인 경우에는 날아차기가 돌아온다"고 했다.
지방의 모 대학병원 전공의는 폭언 또한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수의 개인적인 감정변화에 따라 전공의에게 폭언을 퍼붓는 것은 인격적으로 참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육두문자의 욕설은 물론이고, 인격 모독 발언은 시도 때도 없이 듣는다"면서 "아무리 수련받는 전공의 신분이지만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폭언은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폭행문화가 후배들에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교수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한 레지던트들은 그대로 인턴에게 폭행을 가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는 "선배 전공의 중에는 '내가 당한만큼 너희도 겪어야한다'라는 인식이 여전이 남아있다"면서 "외부에선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폭행이나 폭언이 여전한 곳이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공의들은 수년 째 폭언 및 폭행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화하는 것을 상당히 꺼린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전공의 신분이라는 특이사항이 적용된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전공의는 수련의 신분이고 교수들에게 밉보이면 연구는 물론 전문의 보드를 따는데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닐까 눈치를 봐야하는 갑을관계라는 게 전공의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일호 회장은 "전공의 폭행의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사례를 수집해봤지만, 해당 전공의들이 외부로 알리고, 여론화하는 것에 대해 꺼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과거에 비하면 전공의에 대한 폭행 및 폭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대병원 한 전공의는 "대부분 교수들이 전공의 폭행은 잘못된 것이며 폭행을 하는 교수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일부 교수가 문제이지 사실 상당수 교수가 폭행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모 대학병원 수련교육이사는 "을지병원의 전공의 폭행 건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하지만 과거에 비해 교수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분위기도 달라져서 일부의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