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근육마비제인 베카론을 근육이완제로 사용하면 호흡 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다."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을 과다 투여해 환자를 사망케한 산부인과 사건을 마취통증과 의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마취통증과 전문의들은 미다졸람과 함께 투여한 '베카론'이 사망에 결정적인 단초가 됐을 것이라며 무분별한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8일 서초경찰서는 산부인과 의사가 수면유도제인를 과다 투여해 환자를 사망케한 사건에 대해 미다졸람 외에 마취제 나로핀 7.5㎎과 근육이완제 베카론 4㎎ 등 13가지 약물을 혼합투여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해당 의사는 영양제와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 5㎎을 섞어 투여했다가 환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모 임원은 "수면유도제와 마취제를 섞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특히 베카론은 전신마취시 자발적인 호흡이 멈추기 때문에 인공호흡기 사용을 전제로 사용한다"고 전했다.
인위적으로 호흡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베카론은 수술 외의 용도로는 사용치 않는다는 것. 일반적으로 외래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소리다.
그는 "베카론은 복어 독처럼 호흡기를 마비시키는 근육마비제에 가깝지만 분류상으로는 '골격근이완제'로 돼 있다"면서 "이런 분류만 보고 근육의 소염 진통 효과를 가진 것으로 착각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사들 중에서도 이런 용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며 "예전에도 의사 두명이 근육이완제를 맞고 골프를 치면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소문 때문에 베카론을 투여했다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마취통증과 전문의 역시 마취제가 사망에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미다졸람은 자극도 별로 없고 깨어난 후에도 두통과 같은 부작용도 거의 없어 자주 사용되는 수면유도제"라면서 "5㎎ 정도를 투여하는 것은 사망과 큰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근육을 이완시키는 베카론은 호흡을 멈추게 하기 때문에 수술에 주로 쓰인다"면서 "국소마취제인 나로핀 역시 심장 정지나 심부정맥이 일어날 수 있어 수면유도제와 섞어 투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