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야 할 의료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의료계와 정부 사이는 멀어져만 가고 있다.
응급의료법, 포괄수가제 관련 합의점을 찾기 위한 협의는 계속 미뤄진 채 인터넷 댓글로 촉발된 고소 고발전만 난무하고 있다.
서울종로경찰서는 최근 보건복지부 박민수 과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협박과 폭언을 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악성 댓글을 단 의사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혐의 등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질세라 같은 날 일부 온라인 포털사이트 및 SNS 등에 의사를 비방하는 글을 집중 게재한 정부 직원 7명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여기에는 건강보험공단 직원도 포함돼 있다.
의협은 "피고발인이 의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게재해 개인과 의료계 전체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모욕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법적 대응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입장과 "현안은 뒤로한 채 인터넷 댓글 전쟁이 법정으로 확대돼야 하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가기관 준공무원들이 업무시간에 댓글을 다는 행위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고발 건은 의협이 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단순히 의사를 비방한 것은 문자로 밤길 조심하라고 협박한 것과는 비교가 될 수 없다"면서 "의협은 포괄수가제, 응당법 등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현재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공급자, 가입자, 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위원 추천을 두고 복지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의협과 4개 진료과는 따로 간담회 등을 가진 후, 복지부에 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며 위원 명단을 작성해 제출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협의 명단을 인정하지 않고 4개 학회와 개원의협의회에 위원 추천을 다시 요청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의협 노환규 회장은 취임 100일이 넘도록 복지부 장관과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사실 의료단체장이 되면 장관과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게 관행이지만 어디에서 만나느냐를 두고 신경전만 벌이는 형국이다.
복지부 손건익 차관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의협은 나만 의료공급자의 유일한 대표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면서 "의협의 돌출행동은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공개비판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현재 의협이 신문광고 등 언론플레이를 통해 장관 면담을 요구하자 진정성이 없다며 아예 노골적으로 피하고 있다.
의료계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지만 복지부와 의협의 대화 통로가 단절되면서 소통은 요원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