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시행된 의료기관 외국어 명칭 병행 표기 허용에 따라 한의원의 영문 표기가 다시 쟁점화될 조짐이다.
22일 보건복지부가 공고한 '의료기관 명칭 외국어 병행 표시 방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한글로 명칭을 표기하되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어를 함게 표기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병행 표기 기준이 애매해 혼란을 부추길 소지가 크다는 것.
표기 기준을 보면 ▲종류 명칭의 경우 상대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용어를 사용하고 ▲전문과목은 상대국 언어를 최대한 존중해 표기하거나 관련 전문가 단체 등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표기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의원을 영문 표기할 경우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Traditional Medicine'이나 'Oriental Medicine'의 병행 표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관점에 따라 '상대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용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Traditional Medicine'의 명칭 대신 'Korean Medicine' 등을 사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한의사협회는 한의원의 영문 표기를 'Korean Medicine'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Medicine'이 '의학' 개념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과목 표기 역시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의원의 진료과목은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재활의학과 등이 있다.
전문가 단체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전문과목을 외국어로 표기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르면 한의사협회 역시 한방소아과·이비인후과·피부과에 'pediatrics' 'otorhinolaryngology' 'neuropsychiatry' 'dermatology'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유용상 위원장은 "만일 한의원이 자유롭게 Korean Medicine'을 병행 표기할 수 있다면 환자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면서 "복지부가 나서서 표기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의학이 전통의학에 기반하기 때문에 반드시 'Tradition'이나 'Oriental'이 외국어 명칭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이것이 안 된다면 차라리 'Chinese Medicine'을 써야 의료계와 구별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