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건보공단 노조-의협 정면 충돌하던 날
"의사협회 허위날조 광고 공단노동자 욕먹는다"
"왜곡광고 감사청구 노조파괴 책동하는 노환규를 구속하라"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0분. 대한의사협회 입구에서는 건강보험공단 노조원들이 이같은 피켓을 들고 노환규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의협 앞마당이 아닌 옆 인도에는 건강보험공단 등 6개 단체 노조원 60여명이 모였다. 노환규 회장 퇴진 및 구속결의대회 집회를 위해서다.
앞마당은 시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건물 옆에 있는 인도에서 집회가 열렸다.
의협 앞마당에는 경찰병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혹시나 집회소리가 시끄러울까봐 소음측정기도 등장했다. 80dB을 넘으면 소음으로 규정된다.
의협은 노조가 혹시라도 의협회관으로 진입하는 불상사가 발생할까 안전라인을 설치했고, 정문을 굳게 닫은 채 출입하는 사람을 통제했다.
전기를 빌려달라는 노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가 집회를 열면 커피라도 대접해야 하냐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과 사뭇 달랐다.
이번 시위는 의협이 지난달 22일과 23일 주요 일간지에 건보공단의 방만경영을 지적하는 전면광고를 게재하면서 촉발됐다.
시위현장에는 공단 노조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산재의료원, 일산병원 노조 주요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한 노조 지부장은 "최근 공단 직원 2명이 생활고를 비관해서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공단이 방만경영이라고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의협은 공단 직원들을 상대로 중대한 도발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노조 관계자는 "진료비를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한 수단으로 공단 노동자들을 나쁜 방향으로 몰아가는 노환규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시위 진행 도중 노조는 노 회장과 직접 만나기 위해 4명의 항의방문단을 꾸렸다.
항의방문단의 요구사항은 의협이 전면광고를 실었던 일간지에 같은 크기의 사과문을 게시하는 것과 공단노조원 1만여명에게 명예훼손 손해배상금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이들이 의협 앞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의협 직원들이 막아섰다. 총무국장과 팀장은 "안된다", "남의 땅 들어오면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며 항의방문단을 막았다.
당시 의협 2층 회장실에는 노환규 회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의방문단 관계자는 "떳떳하게 광고를 냈으면 만나는 것도 떳떳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광고를 낸 이유를 묻고 싶어서 왔는데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집회를 한다고 이미 다 예고했는데 뭐가 무서워서 안만나는지 모르겠다. 노동자는 x팔려서 안만난다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항의방문단이 진입하지 못하자 노조원들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경찰병력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장을 하고 벽을 만들었다. 뚫으려는 노조원과 막으려는 경찰 사이의 충돌까지 있었지만 결국 노 회장을 비롯한 의협 주요 간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노조는 한시간 여 집회를 마치면서 "오늘 이 집회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그가 구속되고 사죄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음란 게시물 제보 잇따라…수사 요청 검토중"
집회에 이어 노조는 오후 3시 서부지방검찰청에 노 회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공단 사회보험노조 조창호 정책기획실장은 "노환규 회장과 협회를 분리해서 보고 있다. 자격 없는 회장에 대한 내부자정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도 (노 회장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요구는 간단하다. 노 회장의 진심이 담긴 사과"라며 "전면광고를 실었던 일간지에 똑같이 전면으로 사과문을 게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금주중 노환규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의사전문 사이트 '닥터플라자(닥플)'에 올라와 있는 음란게시물에 대해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메일, 우편 등 여러 통로로 음란게시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에 USB 형태로 자료를 보내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단 노조는 13일로 예정된 전국의사결의대회에 노환규 회장 탄핵촉구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 일각의 시각은 냉담했다.
전의총은 공단 노조의 시위 직후 성명서를 통해 맹비난하고 나섰다.
전의총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그리도 두렵냐"면서 "의협의 광고는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만약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될 일이다"고 꼬집었다.
전의총은 "마치 시정잡배처럼 우루루 몰려가 악악댄다고 진실이 가려지지는 않는다"며 "건강보험공단 노조의 좀 더 성숙한 대응을 기대해 본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