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카바(CARVAR·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 수술에 대한 결단을 미루고 있어 또다시 정책적 무능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일 "자문단의 자문을 참고하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9월중에는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복지부는 발표 계획만 갖고 있을뿐 계속 결단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2009년 카바수술에 대해 전향적 연구를 전제로 3년 조건부 비급여라는 고시를 발표했다. 그러나 전향적 연구는 3년 내내 이뤄지지 않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후향적 연구결과 하나만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6월 말에는 결론을 내리겠다며 고시 후 3년이 다 된 시점에 10명으로 이뤄진 카바수술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자문위원회는 카바수술의 쟁점, 향방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서 복지부 고위관리는 카바수술을 계속 허용하자는 쪽으로 자문위원회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복지부 고위 공무원이 적응증을 한정하더라도 카바 수술을 허용해야 한다. 고시 이전으로 돌아가 카바가 신의료기술 신청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등 자문위원회에서 카바 옹호발언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당 고위관리는 건국대병원이 청구한 대동맥판막성형술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폭로했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국대병원이 대동맥판막성형술로 청구한 것 중 일부를 심사한 결과 11건은 카바수술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송명근 교수가 카바수술을 대동맥판막성형술로 바꿔 청구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자문위원회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복지부는 8월 초 마지막으로 8차 자문위원회의를 갖고, 의견을 종합해 8월 말에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양치기 소년'이냐는 조롱을 받았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자문위원회에 쟁점사항 정리, 향후 검증방안, 향후 고시처리 방향 등에 대한 자문을 부탁했다.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고 해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3일 한번 더 회의를 열었다.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대한심장학회 관계자, 송명근 교수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최종 자문결과를 복지부에 전했다.
한 자문위원은 "과거는 카바 문제에 대해 학회의 의견만 들었지만 자문위원회를 통해 시민단체의 의견과 의료윤리적인 쟁점에 대한 의견도 전달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발표를 미루고 있는 복지부를 보면 9월 중에 결론을 낸다는 것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내부에서도 카바에 대한 급여를 어디까지 인증을 해야하는지, 해주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 등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수년 동안 말이 많았는데 결론을 내려고 하면 안된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복지부가 올해 안에 (결단을) 내리면 다행이다. 하지만 판단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