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참여율이 43.5% 정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분위기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분쟁 상담건수와 분쟁 조정건수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와 함께 순항하고 있다.
5일 추호경 중재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협이 회원들에게 분쟁 조정에 참여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조정 신청건수가 매월 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중재원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총 1만 6536건. 이중 중재 신청은 195건으로 상담건수에 비해 저조한 편이지만 월별 신청건수는 4월 5건에서 5월 26건, 8월 59건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추 원장은 "전체 신청 사건 중 동의절차가 진행 중인 34건을 제외하고 조정절차가 진행중인 게 70건(43.5%)에 달한다"면서 "조정이 성립하는 경우도 88.3%에 육박한다"고 강조했다.
중재결정이 내려진 실제 사례 중에는 병원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검사하다가 카테터 삽입과 풍선확장술 실시했고 이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환자 보호자 측은 조영술 검사만 동의했는데 병원이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하다가 환자가 사망했다며 5천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재원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진단 과정에서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지만 수술의 동의 여부 확인과 치료효과-위험의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며 환자에게 1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추 원장은 "중재 성립이 적은 것은 제도 홍보가 아직 미진한 부분도 있고 의협이 반발한 이유도 있다고 본다"면서 "중재를 진행하려면 신청인 뿐 아니라 피신청인 역시 참여 의사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건수가 대폭 늘어나기는 힘든 구조"라고 전했다.
그는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무리하게 조정 신청 설득을 주문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건수가 너무 늘면 중재원이 의료 분쟁을 '중재'하는 게 아니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한편 내년 4월부터 시행 예정인 무과실의료사고 보상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에 아쉬운 감정도 드러냈다.
추호경 원장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 보상은 의료계가 처음부터 주장해온 숙원 사업이었다"면서 "의사들이 보상 재원의 30%를 부담하는 것에 반발이 크지만 당초 의협이 법률안에 의견을 낼 때도 보건의료 개설자가 무과실 보상 기금을 내기로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30%의 기금을 아무런 과실 책임이 없는 의사들에게 뺏어가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정부가 70%를 보조해 준다고 생각해 달라"면서 "이를 통해 의사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진료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근본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직 중재원의 업무에 대해 의료계의 반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한건 한건 잘 처리하다 보면 조정에 참여하는 병의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재에 참여한 의사들도 검찰의 수사나 비용이 많이 드는 민사소송보다 중재 제도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