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가협상에서 수가 인상폭보다 수가 결정 구조 등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사협회의 입장에 대해 개원가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의료계에 득이 될 것이란 시각이 있는 반면 0.1%의 수가라도 인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7일 개원가에서는 의협의 내년도 수가 협상 기조 변화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경기도의 M내과 개원의는 "지금까지 의료계는 합리적인 수가 인상을 위해 정부를 설득하기도 하고, 원가 산출 자료도 제시해 봤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쥐꼬리만한 인상분이었다"면서 "이제야 말로 협상의 틀을 바꿔야 할 때"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정부는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가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매년 물가인상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결정한다"면서 "이는 결국 수가를 결정하는 건정심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현행 수가를 결정하는 건정심은 가입자, 공급자, 공익대표가 각각 8석의 비율로 구성돼 있지만 의료계는 사실상 16대 8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어서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그는 "의협이 수가 인상에 연연하지 않고 수가의 틀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것에 지지를 보낸다"면서 "의료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평등한 수가협상을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과거와 상반된 수가 협상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현실적으로 협상 틀 개혁에 노력하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다만 '수가 인상폭은 의미가 없다'고 발언한 것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못 박았다.
그에 따르면 올해 수가 결정분이 내년 협상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0.01%라도 더 받으려는 노력이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는 것.
그는 "노 회장 집행부가 회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정부와 싸움판을 벌여놓은 상태라 협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면서 "이 때문에 먼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려는 것 아니겠냐"고 의심했다.
과거 수가 협상에 참여한 바 있는 개원의의사회 모 임원 역시 우려감을 드러냈다.
그는 "건정심 구조를 바꾸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수가 인상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바른 태도"라면서 "얼마를 인상하느냐 보다 근본적인 것들에 집중하겠다는 말은 이상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집행부는 복지부, 공단과 대립이 너무 강해 올해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회원들도 노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만일 경만호 전 집행부가 받아낸 2.9%의 인상률에 미치지 못하면 여론의 역풍도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협상의 틀을 바꾼다 해도 건보 재정상 수가를 대폭 인상하기 힘들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틀을 바꾸되 당장은 0.1%의 인상률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