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대학병원 비뇨기과에서 전신마취 후 조직검사를 받던 한 환자가 갑자기 패혈증 증상을 보이며 악화됐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것을 대비해 즉각 의료팀이 투입돼 집중적으로 케어한 결과 패혈증 초기로 가던 환자는 회복해서 퇴원했다.
모 대학병원이 패혈증 환자를 신속하게 조치해 심각한 상황을 막는 사례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실 환경에서 이렇게 초기에 적극적으로 조치해 치료에 성공한 케이스는 드문 게 현실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신증수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패혈증 발병 후 6시간 이내) 조기에 발견해 숙련된 의사의 치료를 받으면 살릴 수 있는 수많은 환자들이 죽고 있다"면서 "장기부전 증상을 보이기 전에 치료해야 하는데 상당수가 때를 놓쳐서 사망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저수가에 따른 부족한 인력. 수가가 낮아 환자를 진료하는 만큼 적자를 초래하다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인력에 대한 투자가 없고, 전담의가 없으니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값싼 의료의 대가가 환자 사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환자가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의료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신 회장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패혈증 환자는 매순간에 따라 증세가 악화될 수 있어 중환자실에서 24시간 전담의가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24시간 환자를 관찰하고 케어할 수 있는 전담의. 특히 오로지 중환자실만 전담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전담의 1명을 고용함에 따라 지급되는 가산금은 하루에 약 9000원선. 다시 말해 병원이 24시간 중환자실만 지키는 의료인력을 배치하는 데 지급되는 가산수가는 1만원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신 회장은 "만약 전담의 10명을 둔다고 해도 가산수가는 10만원이 채 안되는 데 어떤 병원이 이를 도입하겠느냐"면서 "적절한 시설 인력기준과 현실을 반영한 수가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혈증 환자는 특수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단지 의료 인력만 갖추고 적극적인 관심만 있으면 되는 것인데 전담의가 없어서 환자를 놓칠 때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중환자의학회 서지영 기획이사(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는 "우리나라의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2명의 환자를 보는 병원만 일부 있을 뿐 대부분 병원이 간호사 1명이 3~5명, 심지어 10명에 달하는 환자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중환자의학회가 자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환자실의 30%는 낮 시간에도 의사가 상주하지 않았고, 중환자실의 83%가 아예 전담의가 없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의 그의 설명.
그는 "조사 대상이 수련병원임을 감안하면 중소병원까지 합하면 더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MOSAIC연구에 따르면 전담의가 없는 경우 사망률은 41.6%인 반면 전담의가 있을 때에는 18%로 크게 낮아졌다.
2011년 패혈증 환자 수(심평원 기준)가 3만 6244명인 것을 볼 때 전담의가 없으면 1만 4860명이 사망할 수 있는 것을 전담의를 둠으로써 6524명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신종수 회장은 "중환자실 전담의는 일부 병원만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전국 각 지역 의료기관이 수준을 맞춰야 국민들이 두루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중환자 관리 정책은 실패하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중환자의학회 임춘학 홍보이사(고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전 세계가 9월 13일을 세계 패혈증의 날로 정하고 이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