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적정 의사인력 토론회가 반쪽행사로 끝났다.
의사인력 확충 반대를 주장하는 의료계 관계자가 한사람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의사인력이 반드시 늘어나야 한다는 것에 적극 공감했다.
건보공단은 13일 공단 대강당에서 '건강보장 미래발전을 위한 의료인력 적정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의대정원, 의사수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며 "이 문제를 더이상 눈치보기로 끝내기에는 심층의 문제들이 심각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면허는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의사 부족이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는 한 기피과 가산제도, 산부인과 지원금, 수가 인상 등 다른 방법을 써봤자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력 무작정 늘리기는 경계해야"
하지만 정 교수를 비롯한 토론자 모두 의사인력이 무작정 늘어나는 것은 경계했다.
▲전공의 모집인원이 4000명인데, 의대정원이 3000명에 불과 ▲인기과에는 재수, 삼수까지 해서 들어감 ▲지방병원은 고전하지만 대도시는 몇달씩 기다려야 함 ▲도서벽지 무의촌은 의사부족, 대도시는 취업경쟁 등 불균형적, 기형적인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실련 대표로 나온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의사인력을 늘려도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개업하지 도서지역에 근무하려는 의사들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안으로 공중보건의사 전락적 활용을 제시했다.
신 변호사는 "적정 의사인력 논의가 OECD 평균만 갖고 하는 단순 비교로 가서는 안된다. 의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의무를 갖고 있다. 의사들이 잘 가려고 하지 않는 취약지역 의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중보건의사를 군의관, 교도소, 보훈병원, 산업재해병원에서 근무할 '한직의', 지방자치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한지의'로 나눠 10년간 의무복무를 하자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평생 공보의로 근무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침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10년으로 제한해 국가가 전액 장학금, 생활비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김선희 정책국장는 의사인력 확충에는 동의했지만 지역별, 진료과목별로 필요인력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의사에 대한 접근성은 높지만 진료 시간을 짧다. 이것은 환자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별, 과별로 의사인력이 다르기 때문에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우리나라에 의원은 많이 있는데 큰병원 의사수는 적다. 서울에는 또 병원이 많은데 지방에는 없다. 우리나라 의사수가 절대 부족하다"며 동의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가 의사인력 확충을 반대할수록 오히려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대 이사장 "의료계 참석자 없어 안타깝다"
한편,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의사인력 확충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이사장은 "의료보장에 있어서 의사가 70%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다. 공단은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하는 건강보장기관으로서 의사인력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사인력이 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단체가 대한의사협회인데 참석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이와 함께 공단 자체적으로 적정 의료인력에 대해 고민해 정부에 보고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보험자의 관점에서 최근 열린 토론회, 내부 토론을 거쳐 적정 의료인력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