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 약가인하 등으로 급격히 얼어붙은 제약 영업환경. 의사 만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 일선 영업사원들의 하소연이다. 정말 뭘 해야 좋을지 막막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신세한탄만은 할 수 없는 법. 최근 새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잡은 '의사 심포지엄' 현장을 들여다봤다.
지난 13일 오후 7시. 서울 강북의 한 호텔에는 국내 A제약사 영업사원이 수십명 모여있었다. 어림잡아도 30명이 훌쩍 넘어보였다.
그들이 평일 저녁 호텔에 모인 이유는 뭘까.
바로 이곳에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가 주최하고 A사가 후원하는 개원의 대상 심포지엄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업사원 한 명 한 명이 담당 출입처를 다니며 심포지엄에 참석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이렇게 나온 것은 초청자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만남을 갖지 않으면 도저히 영업을 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이날 행사 소요 시간은 단 3시간. 하지만 A사 영업사원과 마케팅 직원 등은 두달이 넘는 준비 기간을 가졌다.
실제 마케팅팀은 강연자 섭외와 교육에 쓰일 브로셔 제작 등을 맡았고, 영업사원들은 자신이 맡은 출입처를 돌며 직접 개원의 초청에 나섰다.
한 직원은 "지금 당장 우리 약을 쓰지 않는 의사에게도 참석을 부탁했다. 이렇게 해야 라포르가 쌓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제약사 중 우리 약 처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런 준비과정은 필수"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보여지는 행사는 3시간이지만, 이를 진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숨어있었다. 해당 개원의에게 직접 찾아가 초청하는 것은 물론 당일 오전까지 확인 전화 및 방문을 빼놓지 않았다. 의사들도 이런 노력에 감동한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번 심포지엄에 소개된 A사 제품은 개원가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는 약이다. 전체 매출을 종합병원과 개원가 비중으로 보면 9대1 정도다.
그래서인지 종합병원 교수를 상대로 심포지엄을 열었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라는 개인적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행사를 총괄한 A사 마케팅 직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오늘 심포지엄에서 소개된 약은 종합병원에서 대부분 처방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개원의를 따로 떼놓고 갈 수 없다. 우리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약사에게 의사는 한 분 한 분은 매우 소중하다. 이번 행사로 당장 처방이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앞날을 봤다. 주저없이 개원의 대상 심포지엄을 진행한 이유다. 물론 공정경쟁규약 테두리 안에서다"라고 덧붙였다.
"정말 한숨밖에 안나온다"는 모 영업사원의 말처럼 꽁꽁 얼어붙은 제약 영업현장. 이런 환경 속에서도 그들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