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급여 결정권과 진료비 심사권의 이양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8월 건보공단 쇄신위원회의 결과발표 후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공단은 현재 쇄신위 결과를 법으로 만드는 과정을 진행중이다.
건보공단 19일 전문지 기자단 워크숍에서 "보험자 업무 상당부분이 각종 고시나 위임에 의해 심평원에 넘겨졌다. 보험자인 공단이 급여결정 및 진료비 심사를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심평원은 급여결정시 임상 의약학적 근거찾기, 전문심사 기능만 하게 된다.
공단 현재룡 급여관리실장은 글루코사민을 예로들어 설명했다.
현 실장은 "글루코사민이 관절에 좋다고 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처럼 의학적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보험자가 제대로 못하면 전문기관인 심평원이 정밀하게 들여다 보도록 하는 등 연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여결정권 이관 및 보험자 중심 전문위원회 구성해야"
공단은 "공단이 지출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출구조의 첫 단추인 급여 결정부터 보험자가 책임있게 수행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여결정권 이관과 더불어 보험급여를 결정하는 의료행위, 한방의료행위 인체조직, 치료재료, 질병군,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 6개 전문위원회의 인적 구성 개편도 주장했다.
공단은 "현재 전문위원회 구성은 의료공급자 비중이 과반수가 넘기 때문에 새로운 행위나 약제가 진입하기는 쉽다. 하지만 재정부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자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급여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및 보험급여원리, 건강보험 재정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실장은 특히 치료재료의 결정권에도 보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료재료는 심평원에 설치된 전문평가위원회에서 급여여부 및 가격까지 결정한다. 보험자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난이도 낮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심사권 이관해야"
진료비 심사권 이관도 요구했다.
현재는 심평원이 진료비 청구, 심사 업무를 하고 있으며 공단은 심평원의 심사결정내역에 따라 급여비만 지급하고 있다.
공단은 "진료비는 당연히 지불책임이 있는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하도록 개선하고, 보험자가 판단해 전문심사가 필요한 부분만 심사를 위탁하는 등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심사가 필요치 않은 의원, 약국 등 단순청구 건이나 포괄수가 적용까지 모두 심사기관을 거치면서 재정낭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룡 실장은 "종합병원급 심사는 난이도가 높다. 이 부분을 비전문가가 심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공단은 단순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러한 체계 개선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억제할 수 있고, 공급자의 편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 공단은 심평원을 의식한 듯 쇄신위원회 결과를 건강보험제도 전체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단 박병태 기획상임이사는 "급여결정 구조, 진료비 청구심사지급 체계 합리화는 공단과 심평원 양기관의 실체를 두고 하는 것이 아니다. 공단과 심평원간 문제로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룡 실장도 "이번 쇄신위원회 결과들이 자칫하면 조직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기관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어 "보험자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 위기에 있는 제도가 제대로 갈려고 하면 최소한 저정도의 기능은 보험자가 할 수 있어야함.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서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