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라북도의 한 대학병원이 전공의 수급난으로 인해 지역 병의원에 분만 산모 전원을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 일선 개원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3차병원이 1·2차 병원에 전원을 요청하는 것은 산부인과 인력 확보 부족 현상을 그저 임기응변식으로 모면하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6일 전북에 위치한 모 개원의는 "몇년째 산부인과 전공의 부족 현상이 일어난 것은 이해하지만 분만을 개원가에 떠넘기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지역 A대학병원은 지난 2년간 산부인과 전공의를 뽑지 못해 저년차 전공의가 전무한 상황에 직면하자 정상분만에 대해서는 지역 산부인과에서 맡아달라는 협조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그는 "정상분만이 가능한 임산부를 개원가로 전원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대학병원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면서 "이는 결코 병의원 경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으로 분만 병의원에 환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의료사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산모 역시 떠맡기는 '도덕적 해이'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그는 "분만 병의원도 사실상 수가만으로는 현상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대학병원이 나서서 정부 지원금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자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어이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산부인과학회의 역할 부재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주시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분만 수가가 워낙 낮은 게 가장 큰 이유지만 학회의 역할 부재도 한 몫 했다"면서 "학회 이사장이 이런 사태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미 여러차례 전공의 부족에 따른 지역내 문제점을 학회에 보고하고 대책을 주문했다"면서 "학회가 대학병원 내 산부인과 교수 정원을 늘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꾸도록 하는 노력조차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 전문의 중에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자리가 없다"면서 "대학병원이 값싼 임금을 주고 전임의만 쓰려는 행태를 고치기 위해서라도 학회가 나서 산부인과 교수 정원을 확대하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