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기막힌 한 수였다. 400억원 짜리 기침약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체 신약을 택해 기사회생한 안국약품 얘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국의 미래는 암담했다. 지난 10년간 회사를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푸로스판'이 일반약 전환과 내용액제 급여제한이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사실상 '푸로스판'의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주위의 우려는 컸다. 이 약이 안국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매출 절반이 날아갈 판이었다.
안국은 여기서 의외의 선택을 한다. '푸로스판'을 포기한 한 것이다. 그리고 10년 넘게 이어졌던 독일 잉겔하트사(푸로스판 원개발사)와 국내 판매 계약을 끝냈다. 업계는 갸우뚱했다.
하지만 안국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푸로스판'에 황련을 추가해 만든 '시네츄라시럽'이 출시를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로스판' 빈자리를 대체할 회심의 카드였던 셈이다.
판단은 적중했다. 1년만에 '시네츄라'는 '푸로스판' 빈자리를 완벽 대체했다.
실제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시네츄라'의 올 상반기 EDI 청구액은 무려 210억원이었다. 이 약이 지난 9월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성적이다.
올해 430억원 안팎의 청구액이 점쳐지는데, 이는 2010년 '푸로스판'의 EDI 최대 청구액 406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던 안국약품의 기막힌 한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