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에 본태성 고혈압 환자가 줄고 고혈압성 심장병 환자가 늘어나면 잘 되고 있는 것 아닌가."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가 시행되자 상급종합병원들이 고혈압 상병 코드를 변경해 환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의들은 오비이락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일부에서 그런 행태가 벌어질지 몰라도 통계적 분석 오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민주통합당)은 8일 국정감사에서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시행 이후 상급종합병원들이 상병 코드를 변경해 환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양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제시했다.
실제로 제도가 시행된 2011년 9월 이전 5개월 동안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고혈압 수진자는 44만 8405명에 달했지만 9월 이후 23만 5523명으로 21만 2882명이 감소했다.
하지만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늘어난 수진자는 17만 1052명에 불과해 4만 1830명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양 의원은 이렇게 통계에서 사라진 수진자가 상병 코드를 변경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하고 있는 환자로 추측했다.
상급종합병원이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청구한 진료 인원이 2011년 9월 5558명에서 12월에는 1만 2717명으로 늘었났기 때문이다.
결국 고혈압성 심장병이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급종합병원들이 환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처방 코드를 변경한 증거라는 것.
이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들과 학회들은 통계자료를 분석하는데 있어 오해가 생긴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A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고혈압 합병증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며 "혈관이 급격히 수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9월 이후 다음해 봄까지 꾸준히 고혈압성 심장병이 늘어나는 것은 매년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이를 두고 처방코드 변경을 추측하는 것은 오비이락"이라고 꼬집었다.
B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정확한 자료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본태성 고혈압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이탈하고 고혈압성 심장병 환자가 느는 것은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의 순기능 아니냐"며 "왜 이를 비판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고혈압학회도 이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청구현황만 가지고 이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대한고혈압학회 관계자는 "물론 그런 사례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모든 환자와 질병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만큼 단순히 청구코드를 통한 통계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