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 올라선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학회장에 설치된 두 개의 플래카드를 번갈아 쳐다본 후 돌연 준비해 온 축사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리고 외쳤다.
"대한민국 의사는 절대 망해서는 안된다"고.
지난 13일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노 회장은 '원가 이하 의료수가 저질의료 조장한다' '보건소 진료철폐 원래역할 돌아가라' 라고 적인 두 개의 플래카드를 보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자리에 모인 700여명의 내과 개원의들을 향해 현재 의료계가 처한 불합리한 상황을 환기시켰다.
그는 "돌이켜보면 내과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학문이었다. 가장 큰 과목이고 공부를 많이해야 했다. 내과라는 학문의 깊이에 이게 정말 의사가 하는 학문이구나 생각하면 선배들을 존경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학문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사 약을 쓰면 리베이트 의혹을, 외자사 약을 쓰면 왜 비싼약을 쓰느냐며 실사 협박까지 받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당뇨나 고혈압을 치료할 때도 어떤 약을 쓸지 치료 방법조차 정부에서 정해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노 회장은 이런 이유에서 대한민국 의사는 절대 망해서는 안된다고 소리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의사라고 왜 망하면 안되냐고. 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에게는 가격결정권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우리의 의료서비스 가격을 적절히 매길 수 있다면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가격결정권도 없고 치료 방법조차 정부가 결정하는 제도 아래에서는 절대로 망해서도 경제적 어려움도 겪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노 회장은 "그간 의사들은 저수가로 인해 의료질이 떨어진다는 자체를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들만의 언어로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한마음으로 소통을 강화해 이겨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