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대상 정신과, 혈액투석 환자에 대한 정액수가를 장관이 정하도록 한 의료급여법은 위헌 소지가 높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신장애인 기초생활수급권자 차별 개선' 심포지엄에서 의료급여법 제7조 2항이 도마에 올랐다.
의료급여법 제7조 2항에 따르면 의료급여의 방법, 절차, 범위, 상한 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다.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1조(급여비용 산정)는 이 조항을 근거로 상대가치점수에 점수당 단가를 곱한 금액을 의료급여비용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단서조항은 의료급여기관 종별 가산율, 진찰료, 입원료, 혈액투석수가, 정신질환 수가 기준, 정신질환 외래수가, 정신질환 입원 및 낮병동 수가, 식대 등의 급여비용 산정에 대해서는 그러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의료급여 수가는 매년 건강보험 수가 인상 여부에 연동하지만 이들 항목은 장관이 고시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만성신부전증 의료급여환자를 외래 혈액투석한 의료기관은 2001년 11월부터 11년째 종별에 관계 없이 1회당 13만 6000원의 정액수가만 받고 있다.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 역시 2008년 일당정액수가가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단돈 1원도 인상되지 않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종인(나사렛대) 부총장은 "건강보험은 매년 1.6~2% 수가가 인상되고 있지만 의료급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08년 이후 수가를 전혀 올리지 않아 총체적인 부실치료가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식사뿐만 아니라 각종 재활요법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해 장애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건강보험환자는 1일 평균 1만 5천원의 식대가 보존되지만 의료급여환자들은 1만 170원으로 4830원 낮게 책정돼 있다.
그는 "저수가로 인해 의료급여환자들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저렴한 약을 투약받고 있어 치료는 고사하고 더욱 중증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는 게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라고 환기시켰다.
토론자로 나선 이용환(법무법인 고도) 대표변호사는 현 의료급여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정액수가를 물가변동 등 경제적 상황이나 국가의 재정상황에 비례한 변동 가능성을 전혀 두지 아니한 채 복지부장관이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의료급여법 제7조 2항이 헌법상 포괄위임 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이는 복지부장관이 의료급여수가를 절대적으로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등 자의적으로 결정해도 무방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변호사는 "이 조항은 의료급여수가를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한 의료급여법을 복지부 고시가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장관이 정한 고시가 법률의 우위에 서게 돼 삼권분립 원칙, 법치주의 원칙, 법치행정 원리를 파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의료급여법 제7조 2항은 수급권자 권리를 침해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면서 "의료기관도 저수가로 인해 기본권이 묵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신상진 의원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한 의료급여수가를 건강보험법에 따라 산정된 요양급여비용을 준용하도록 하는 의료급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의료급여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조만간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