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한 품목 늘어났네요. 죽겠습니다."
국내 최상위 제약사 모 영업부 관계자의 한숨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품목제휴에 일선 현장에서 뛰는 영업사원들이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다국적제약사와의 제휴는 단기간 실적이 나지 않으면 파트너를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윗선 압박이 심하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자사 간의 품목제휴 현상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빅5 제약사에서 두드러진다.
일례로 유한양행의 경우 최근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 당뇨약 트라젠타,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등을 여러 다국적사에서 들여와 국내 영업을 하고 있다.
국내 최상위 A제약사 영업사원은 "내가 맡은 품목이 몇 개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최근 1~2년 사이에 굵직굵직한 외자약이 많이 들어와서 정신이 없다. 사장부터 직접 영업을 강조하고 나서니 바삐 안 움직일 수가 없다. 몸은 하나인데 콜 수는 품목당 할당 수준을 유지해야하니 정말 힘들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자사 신제품의 경우 부담감이 심하다. 이들이 단기 실적을 원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여러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계약을 따내 좋겠지만 직접 영업해야하는 우리(영업부)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고 솔직히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최상위 B제약사 마케팅부 임원도 늘어가는 품목제휴에 큰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 임원은 "다국적사 제품을 팔면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약을 가진 쪽이 왕이다. 마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의사 제약사 관계가 갑과 을인 것처럼 품목 제휴시 외자사와 국내사 간에도 이런 관계가 형성된다. 더욱이 국내사는 최근 약가인하 매출 손실을 줄이려고 품목제휴에 목숨을 걸고 있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