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내-외자사 품목제휴 빛과 그림자
최근 1~2년새 국내 빅5 제약사의 외국제약사 품목 제휴가 급격히 늘고 있다. 복제약이 우대받던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상위사들의 외자사 품목 제휴가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돼버린 형국이다. 쌍벌제 등으로 더 이상 리베이트를 통한 복제약 영업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잡은 까닭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유행처럼 번지는 국내 상위 기업과 다국적사와의 영업력 결합 사례를 짚어보고, 문제점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다국적사와 품목 제휴는 생존전략?
(2) 국내제약, 독소조항 껴안고 '시름시름'
(3) 규모의 경제냐 허울뿐인 모래성 쌓기냐
국내 최상위 제약사들이 최근 너나할 것 없이 다국적기업과의 품목 제휴에 달려들면서 이와 동시에 판권회수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다국적사는 영업력이 강한 국내 최상위 기업들의 등장에 그만큼 선택의 기회가 많아졌고, 기존 파트너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판권회수 사례는 한미약품과 한올바이오파마, 그리고 태평양제약을 들 수 있다.
한미는 GSK, 한올은 박스터, 태평양은 노바티스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실적부진 등 이유야 어찌됐건 그들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은 고스란히 동아, 한미, 동화약품으로 넘어갔다
국내-다국적사 간의 품목제휴 사례 중 이례적으로 짧게 계약이 끝난 한미약품.
특히 한미의 경우 품목제휴가 재작년 5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계약이 깨졌다.
계약 기간을 정해놓지 않고, 실적 부진시 다국적사 마음대로 언제든 판권회수를 할 수 있다는 불평등 계약 조건이 존재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판권회수를 당한 A제약 임원은 "다국적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며 "이번 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자 계약이 해지됐고, 해당사는 바로 다른 국내제약사를 찾아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는 "판권 회수로 당장의 손해는 불가피하지만, 오히려 다국적사 눈치 볼 일이 없어 속 편하다"며 "새 계약을 맺은 국내사는 오래 계약을 지속하려면 불평등 조항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국내사가 다국적사와의 계약을 유지하려면 웬만한 독소조항은 체념한 채 눈치보기식 살얼음판 영업을 해야한다는 소리다. 그렇지 않으면 판권회수를 감내해야 한다.
"계약 깨져도 팔던 품목 복제약 개발 막아"
실제 국내 제약업계는 다국적사와의 품목제휴시 독소 조항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소판매수량 미달시 패널티 ▲계약 종료 후 판권 회수시 미보상 ▲경쟁품 판매 금지 ▲계약 갱신시 종료, 해지는 다국적사 결정 ▲ 계약 종료 후 향후 몇 년간 동일 성분 제조 금지 ▲ 판촉 비용 국내사 부담 등이 그것이다.
B제약사 관계자는 "계약이 해지되거나 해당 품목의 특허가 만료되면 당연히 다른 오리지널사 제품을 팔 수 있고, 동일 성분의 복제약을 제조, 판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국적사는 갑의 지위를 활용해 이를 막고 있다"며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것 말고도 독소 조항이 꽤 존재한다. 다만 힘이 없으니 아닌 것을 알면서도 끌려갈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다국적사측은 불공정 조항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모 다국적제약사 마케팅 임원은 "품목제휴는 양사가 윈윈하기 위해 체결된 계약"이라며 "독소조항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품목제휴시 국내 제약업계가 말하는 불평등 조항
복지부 "판매제휴 외자품목, 리베이트 걸려도 약가인하 불투명"
판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베이트성 행위도 적발시 책임은 모두 국내사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다국적사 역시 의원급 시장 공략에는 과감한 판촉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불법 행위 적발시 계약 해지를 명시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C제약사 고위 임원은 "그들도 리베이트성 판촉 활동 없이는 로컬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실적압박은 지속된다. 사실상 불법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앞에서는 깨끗한 척, 뒤에서는 리베이트 영업을 유도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도 동감하는 분위기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실적이 부진하면 판권회수 사례가 빈번해 국내사는 리베이트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이런 유혹에 넘어가 리베이트를 하다 적발되면, 책임은 행위를 한 국내사가 전적으로 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적발 품목 약가인하도 사실상 어려울 것을 보인다.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국내사 불법행위로) 외자품목이 리베이트에 걸렸어도 이를 약가인하로 연결짓기는 무리가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없고, 복지부도 논의점을 찾고 있는 단계라서 명확한 답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사실상 다국적사는 국내사가 실적을 내기 위해 리베이트 행위를 하다 적발되도 책임공방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