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가 신약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국내제약사 파트너 바꾸기를 일삼고 있다. 같이 팔기로 한 제품의 판권회수가 그것인데, 일방적 통보가 많아 해당제약사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듯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올바이오파마와 한미약품은 각각 박스터와 GSK로부터 공동 판매 제품에 대한 결별 통지를 받았다.
먼저 한올은 지난 8년간 국내서 독점 판매해 온 영양수액 3개 제품을 원개발사 박스터로부터 판권회수를 당했다.
한올 관계자는 "지난 2002년 계약 당시 국내 매출이 전혀 없었던 박스터사 수액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별도의 영업 조직을 구성해 운영했고, 다년간 적자까지 감수했다"며 "하지만 돌아온 건 일방적인 판권 회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련 제품이 200억원 대에 이르렀지만, 박스터는 아무런 보상 없이 일방적인 거래 중단 통보를 했다"며 "이로 인해 관련 제품 판매를 전담하는 영업사원들의 미래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결과적으로 판권회수 당한 영양수액 3품목은 한미약품으로 넘어갔다.
다만 박스터측은 한올과의 계약종료일을 앞두고 수차례 만남을 갖고 의견 조율을 시도했으나 결국 합의점 도출하지 못해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일방적 회수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미약품도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다.
한미는 최근까지 GSK와 공동판매했던 세레타이드(천식 및 COPD 치료제), 아바미스 나잘 스프레이와 후릭소나제 코약(알레르기 비염약) 등 3품목의 의원급 영업 계약이 조기 마감됐다.
GSK측이 쌍벌제 여파로 의원급 시장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한미에게 더 이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사가 지난해 5월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사-다국적사 전략적 제휴로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계약이 깨진 셈이다.
결국 3품목 중 2품목(세레타이드, 아바미스 나잘 스프레이)은 동아제약이 대신 팔기로 했다.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억울하지만 하루빨리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모 상위제약사 임원은 5일 "다국적사의 판권회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국 업체를 영업(주로 의원급)에 이용하다가 뜻에 맞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거래 회사를 옮기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하루빨리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위업체 관계자도 "판권회수를 일삼는 다국적사가 얄밉기는 하지만 시장 경제 논리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라며 "이같은 설움을 당하지 않으려면 복제약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탈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