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한비뇨기초음파학회 창립학술대회에서 난데없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모 회원이 모 제약사 부스를 빼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이유는 뭘까. 알고보니 지난 7월 A사가 비아그라 복제약 발매 후 내과 개원의 상대로 심포지엄을 연 것이 화근이 됐다.
당시 이 행사는 일부 비뇨기과 의사들의 심기를 자극했는데, 이 제약사가 내과를 상대로 마케팅을 한 게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제약사는 비뇨기과 의사들 사이에서 여론이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대한비뇨기과개원협의회를 찾아가 사과했다.
제약업계는 이런 상황이 황당할 따름이다.
고혈압약 등이 내과에서 많이 쓴다고 내과 이외의 타과 마케팅을 하지 말라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의사와 제약사 관계가 갑을 관계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한 것 같다. 이 쪽에 원해서 하면 다른 쪽이 불만이고 어떻게 할 수 가 없다. 언제나 제약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제약사 고객은 의사다. 모든 과가 잠재고객이며, 어느 곳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소리다.
현재 발기약은 비뇨기과 이외의 진료과에서 50% 가량의 처방이 나오고 있다. 발기약을 가진 제약사가 비뇨기과 이외의 내과 등에도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발기부전치료제 처방이 비뇨기과 의사를 중심으로 나오면 이상적이다. 타과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게 정상이지만 이런 상식이 점점 더 깨지고 있다.
진료과간 존중이 사라지고 무한경쟁만 있을 뿐인 의료시장. 의사도, 환자도, 제약사도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