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필자는 부자의 세금은 서민의 세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바로 누진세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민의 1천만 원 연봉은 60만원의 세금을 내지만 부자의 1천만 원 연봉은 350만원의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세금을 많이 내기를 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세금은 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더구나 부자는 더욱 더 세금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부자들의 약점을 들추는 세금
그런데 속사정을 보면 부자가 세금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많은 세금을 낸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세금을 얼마 납부한다는 말은 역으로 어느 정도의 자산과 소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돈을 숨기고 싶어 하는 부자들의 생각을 철저하게 뒤집어 놓는다. 세금은 철저하게 소득의 원천이나 거래의 상황을 정확하게 잡아내도록 제도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자나 배당소득, 연금소득, 근로소득 등은 원천징수라는 제도로 지급하는 쪽에서 세금을 떼어 신고하고 지급하도록 되어있고, 사업소득, 임대소득은 거래 진행과정에서 부가가치세라는 제도를 통해 그 움직임이 정확히 포착되도록 만들어 놓고 있다. 얼마의 이자소득세를 낸 사람은 어느 정도의 이자가 생겼고 예금의 종류에 따라 원금의 규모가 추정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를 어느 정도 냈다면 그 사업체는 얼마의 이익이 났을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근로소득도 마찬가지이고 종합소득세도 컴퓨터 키보드를 누르기만 하면 지난해의 소득이 어떻고, 지난 몇 년간 소득이 한 눈에 보이고, 어느 정도의 자산이 있을 거라고 예측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만약 이 과정이 싫다고 정도(正道)를 밟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탈세의 범주에서 명확하게 처벌을 받을 것이다.
과거에는 컴퓨터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숨길 수도 있었고 누락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노력(?)도 소용이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투명화의 물결은 특별히 세금 영역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돈을 숨기기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필자가 처음 금융권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금융실명제도 없었고, CD(양도성 예금증서)도 무기명으로 발행되던 때였다. 30년도 안되는 동안 가장 확실한 변화는 돈의 익명성이 이제 불가능하졌다는 것이다.
돈 문제 분야의 블랙 리스트
예를 들어보자. 금융소득 종합과세라는 것이 있다. 이는 지난 1년간 어떤 한 사람의 이름으로 생긴 금융상품의 이자, 주식보유에 따른 배당소득의 합이 4천만 원을 넘으면 적용되는 특별한 과세제도이다. 4천만 원까지는 금융회사가 지급하면서 징수하는 기본세율(대부분 15.4%)을 적용하지만 넘는 금액은 다른 근로, 사업, 임대소득 등과 합해 다시 누진세 구조로 과세해 추가 과세하는 제도이다. 즉 이런저런 많은 소득이 생기는 현금 부자들에게만 적용되는 부자용 세금이다.
당신이 만약 예금 10억 원과 보유한 주식의 배당이 있어서 1년간 5천만 원의 금융소득이 생긴다면 4천만 원을 초과하는 1천만 원은 사업소득 6천만 원과 합산해 7천만 원으로 26.4%의 세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동일한 이자에 대해서 부자용 세율을 적용받아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지난 글에서 말한 부분이다. 더 무서운 사실은 부동산 투기나 외환, 과소비, 매출 누락, 세무조사 등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그 해당자를 찾는 것이 아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해당자 중에서 돌려보면 정확하게 대부분의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탈세나 투기 등 문제를 일으키는 블랙리스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은 이 블랙 리스트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일단 이 리스트에 들면 몇 년간은 툭하면 피의자로 의심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법 다시 말해 숨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세금을 유난히 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자들은 세금에 민감하다. 보통 서민보다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그리고 괜한 의심을 받기 싫어서 돈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세금을 피한다.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똑 같이 벌어서 어떤 사람은 신나게 소비하느라 자산을 남기지 않은 사람과 자기처럼 아끼고 모아서 자산으로 만든 사람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도 화가 난다. 더구나 자산이 많고 그 자산을 기반으로 더 많은 소득이 있다고 훨씬 높은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는 지구상의 최고 시스템인 자본주의의 모순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강의와 상담을 하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분명히 절세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범주의 절세가 분명히 가능하다. 종종 우리를 유혹하는 탈세의 유혹을 뿌리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엉클조 조경만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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