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의 "건정심이 균형있게 구성돼 있어, 의료계에 불리한 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언급에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정심은 사안을 표결로 결정하는 경우 의사들의 의견이 묵살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이를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은 폭력적, 이기적인 사고에 젖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5일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SNS를 통해 "임장관님이 (건정심에 대해) 매우 독특한 시각을 갖고 계신다"면서 "이러한 인식을 갖고 계시다니, 막연히 예상은 했지만 정말 놀랍다"고 밝혔다.
앞서 24일 국정감사에서 임채민 장관은 "건정심이 가입자-공급자-공익대표로 균형있게 구성돼 있어, 의료계에 불리한 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노 회장은 "오늘 오후 건정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수가 인상폭을 결정한다고 한다"면서 "얼마나 올려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페널티를 적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 순종하지 않는 의협의 행보를 봐서는 선례를 생각해서도 페널티를 줘야 하겠는데, 건정심의 불합리한 구조와 기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까봐 주저하고 있다"면서 "참으로 한심하고 애처롭고 슬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노 회장은 "임 장관의 발언은 역사에 남을만한 발언이다"면서 "그에게 용기가 있다면 공개토론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전의총 역시 성명서를 내고 임채민 장관의 발언을 규탄했다.
전의총은 "2007년 유형별 협상이 도입된 이후 의협이 건보공단과 자율계약을 체결한 것은 울며 겨자먹기식의 2012년 협상이 유일하다"면서 "결국 공급자가 합의를 하지 않더라도 건정심에서 강제적인 계약을 맺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다"고 전했다.
불공정한 협상이 이뤄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건정심 위원의 구성의 왜곡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전의총의 판단.
전의총은 "의사를 대표하는 위원들은 24인의 위원들 중 고작 3인에 불과하다"면서 "어떠한 사안을 표결로 결정하는 경우 전문가 단체인 의사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하고 묵살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의 연방합동위원회(G-BA)의 정책 결정 기구와 국내의 건정심을 비교해 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전의총은 "G-BA는 보험자(질병금고) 5인, 공급자 5인, 중립인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보험자와 공급자 측의 갈등을 공정하게 중재할 수 있도록, 중립대표의 중립성이 의심되는 경우 의회 보건위원회에서 2/3의 찬성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어 놓았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익대표에 해당하는 중립대표 3명 중 1명은 보험자, 1명은 공급자가 추천하며, 나머지 1명의 중립적인 위원장은 보험자와 공급자가 상호 동의 하에 뽑고 있다.
전의총은 "우리나라 건정심의 공익대표들은 거의 정부측 인사로 구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건정심 위원장을 복지부 차관이 맡고 있다"면서 "중립을 지켜야 할 위원장이 건정심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의협 집행부를 수차례 비판했다"고 꼬집었다.
전의총은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일 뿐"이라면서 "건정심을 지속하려 한다면, 우리나라 의료는 곧 파국을 맞이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복지부 장관이 져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