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전달체계를 현행 4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 분류하자는 정부의 개편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의료계에서는 인력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뒤로하고 만들어진 대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 마련 공청회를 열고 응급의료제도개선협의회에서 만든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개편 방안에 따르면 환자 중증도에 따라 응급실과 응급의료센터로 나누는 안을 마련했다.
현재 응급의료전달체계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응급의료기관 3단계와 응급의료시설을 더해 총 4단계로 이뤄져 있다. 현재 전국에 591개소의 기관이 있다.
정부가 제안한 응급의료전달체계 이원화 중 응급실은 종합병원 응급실 및 병원을 대상으로 시군구당 1개소 이상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환자가 병원에까지 도착할 수 있는 목표시간은 30분이다.
응급실은 24시간 진료 및 기본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응급처치, 환자 중증도 분류 및 적정조치를 담당하게 된다.
명칭은 응급실 또는 야간휴일 진료센터 등 두가지 안이 나와 있다.
반면 응급의료센터는 중증환자를 담당한다. 한시간 내 도착 가능한 거리로 인구 50만명 당 1개소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의무적으로 센터 지정이 될 것이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정부가 지정한다. 주요 응급질환별 상주당직, 온콜당직이 전제된다.
센터는 3년 주기로 응급진료권 분석을 통해 지정, 재지정을 추진해 질관리를 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응급실 당직전문의 제도 운영은 강행할 예정이다. 대신 응급환자 발생이 많은 필수 진료과목 중심으로 당직을 조정하고 지역 응급의료기관은 당직 전문의를 완화할 계획이다.
"병원 경영에 막대한 영향" "인력 문제부터 개선하라"
의료전달체계 이원화 안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들은 현실과 동 떨어진 안이라며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병원 선택권을 제한하는 기전이 필요하다는 대안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 이성식 부회장은 "전달체계만 손 보면 응급의료 문제점이 해결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체계를 단순화해서 현재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을 권역응급의료센터 레벨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도 중소병원들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받고 병원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가면서 운영하고 있다. 지원금 6000만원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 월급밖에 안된다"고 토로했다.
환자 중증도에 따라서 체계를 분류한다고 하지만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부회장은 "환자들은 십중팔구 본인이 알아서 병원을 찾아간다. 어떻게 경증환자들이 전문진료센터로 찾아가는 것을 막을 것인가. 어차피 지금과 똑같이 환자 쏠림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인적자원이 부족하다는 관계자들의 토로가 이어졌다.
경상남도의사회 박양동 회장은 "현재 지역 응급실은 접근도가 취약한 상황이다. 2단계로 바뀌었을 때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응급실 당직전문의제도에 따라서 권역센터 운영했을 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2단계로 축소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현재 있는 단계에서도 국가의 많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못 박았다.
시각을 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돌려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대한응급의학회 유인술 이사장은 "몇 단계 분류가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그동안 응급의료기관을 지정만 했지 관리가 안됐다"면서 "지금까지 응급의료 관련 논의는 병원의 관점에서 이뤄졌다. 병원 보다 환자에 대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1,2,3차 전달체계가 깨졌다. 대학병원이든 개인의원이든 경쟁체제다. 환자가 마음대로 병원을 선택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기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속 환자 전달 시스템 만들기에 집중"
의료계 관계자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복지부 응급의료과 정은경 과장은 "4단계에서 2단계로 줄인다는 숫자에 집중하기 보다는 접근성을 기준으로 신속하게 환자 전달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집중해 달라"고 해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응급실이라는 개념은 환자가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의 판단으로 적절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센터도 하나의 기관이기 보다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궁극적으로는 질환별 기능 등으로 세분화 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협의회를 거쳐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하고 법 개정을 해나갈 예정이다.
당초 문제가 됐던 응급실 당직 전문의제는 예정대로 시행해 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응급환자 발생이 많은 필수진료과목 중심으로 당직을 조정하고, 지역 응급의료기관은 완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