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이 잘되는 이유는 결국 의사 책임이 크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27일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내과학회 추계학술대회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함께 시스템을 바꿔 나가자고 당부했다.
노 회장은 "강남의 한 유명 한방병원을 보니 수술 안하고 디스크를 치료한다고 플랜카드를 붙여놨더라"면서 "이 병원이 장사가 잘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러한 환경을 만든 것은 의사들"이라며 "다시 한번 되돌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다수 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하다보니 수술을 피하려는 환자들이 한방병원을 찾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환규 회장은 "최근 국내에서 손꼽히는 척추전문병원 원장과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다"며 "그가 솔직히 병원에서 수술하는 환자 중 60%는 굳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라고 털어놓더라"고 환기시켰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일은 의사들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술을 많이 해야만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소수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의료 현실이 너무 척박하다"며 "소수가 아닌 다수가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면 이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사협회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의사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써달라는 호소다.
노환규 회장은 "관치의료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진료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며 "지금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말고 내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 함께 이뤄가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