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취통증의학과라고 해서 물리치료만 하는 곳과 신경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한 데 묶어 평가해서야 되겠습니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최봉춘 신임 회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 중인 지표연동관리제에 대한 쓴소리를 뱉었다.
28일 연세의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19차 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만난 최 회장은 개원의를 어렵게 만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회장 당선 소감으로 대신했다.
그는 "정부가 지표연동관리제를 실시하며 내원일수, 외래처방 약품비가 높은 병원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의 현실은 무시한 채 일단 정책 추진부터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운을 뗐다.
지표연동관리제란 내원일수, 급성상기도 감염 항생제처방률, 주사제처방률, 외래처방 약품비 등 5개 항목에 대해 전체 기관 지표를 평균값을 내고 평균에서 벗어난 기관에 시정을 통보하는 제도.
자율시정통보 5회 이상 기관은 현지조사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최근 지표연동관리제를 통해 시정 명령을 받은 몇몇 마취통증과 개원의사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서 "지표값이 높으면 실사를 한다고 엄포를 놓으면 누가 소신 진료를 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경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당연히 주사제처방률이나 내원일수, 약품비 등에서 지표값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물리치료만 하는 곳은 지표값이 낮은데 어떻게 이를 차별화해 평가할 수 있냐"고 꼬집었다.
현재 800여명의 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의사들 중 50%는 신경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그는 "지표연동관리제를 좀 더 현실화해서 같은 진료군끼리 묶는 식으로 기관별,치료 행위의 특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가 개원의를 보호하는 쪽으로 가야지 규제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괄수가제(DRG) 시행 후 마취 전문의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비판도 곁들였다.
최봉춘 회장은 "DRG로 수가가 묶이자 마취과 전문의 초빙 대신 마취간호사를 쓰거나 임의로 마취하는 경우도 많아 의료 질 저하가 걱정되고 있다"면서 "마취하러 간다고 해도 초빙료 산정이 제대로 안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가가 묶이더라도 초빙료와 마취료 산정은 별도 항목으로 신설해 보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복지부와 초빙료 신설에 대해 협의 중이기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