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정원 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내년도 레지던트와 인턴 정원을 각각 350명, 334명 감축키로 했다.
그러나 수도권 대형병원 위주로 정원을 일괄 감축하면서 부실 수련병원들이 오히려 특혜를 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2012년도 제2차 병원신임위원회에서 2013년도 전공의 정원책정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인기과 쏠림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원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향후 최대 3년간 800명 수준의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해 하고 나섰다.
2011년 한해만 놓고 보더라도 인턴 정원이 3877명으로, 의사국시 합격자 3095명 전원이 합격하더라도 782명이 부족한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보다 레지던트 정원의 거품은 더 심각하다.
2012년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은 3957명. 2011년 의사국시 합격자 3095명이 전원 인턴을 마치고 지원해도 862명이 모자란다.
물론 재수생을 뺀 수치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수년째 대규모 미달사태를 촉발했고, 비인기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과목별로 충원하지 못한 정원을 회수하되, 1회에 한해 모집기회를 부여해 충원하면 정원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인턴 정원은 3년간, 레지던트 정원은 2년간 충원하지 못하면 회수된다.
이에 따라 레지던트 정원은 2012년 3979명에서 3632명으로 약 350명이 줄어든다. 2014년, 2015년에도 각각 250명, 200명 줄여야 한다.
특히 장기간 전공의 충원율이 낮은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비인기과 정원을 대거 회수하면서 이들 과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년 전공의 정원안을 보면 외과가 2012년 266명에서 2013년 219명으로 17.7% 감소한다. 산부인과와 비뇨기과도 각각 170명에서 140명(-17.6%), 115명에서 74명(-35.7%)으로 정원을 줄여야 하는 처지다.
이외 △내과 701명에서 2013년 671명(-4.3%) △소아청소년과 237명에서 226명(-4.6%) △신경과 105명에서 100명(-4.8%) △정신건강의학과 162명에서 155명(-4.3%) △피부과 88명에서 84명(-4.5%) △흉부외과 60명에서 49명(-18.3%) 으로 축소된다.
또한 △정형외과 262명에서 250명(-4.6%) △신경외과 115명에서 110명(-4.3%) △성형외과 97명에서 88명(-9.3%) △안과 130명에서 124명(-4.6%) △이비인후과 134명에서 128명(-4.5%) △결핵과 3명에서 1명(-66.7%) △재활의학과 135명에서 129명(-4.4%) 등이다.
이어 △마취통증의학과 227명에서 215명(-5.3%) △영상의학과 157명에서 150명(-4.5%) △방사선종양학과 22명에서 20명(-9.1%) △진단검사의학과 47명에서 38명(-19.1%) △병리과 64명에서 55명(-14.1%) △가정의학과 429명에서 379명(-11.7%) △응급의학과 166명에서 159명(-4.2%) △핵의학과 24명에서 19명(-20.8%) △작업환경의학과 36명에서 31명(-13.9%) △예방의학과 30명에서 18명(-40%) 등으로 조정된다.
인턴 정원 역시 2012년도 3802명에서 2013년 3458명으로 334명(-8.8%) 축소하겠다는 게 복지부 방침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전문과목별로 정원을 다수 확보한 수도권 400병상 이상 대형병원 위주로 감축한다는 원칙과 함께 비인기과에 대한 대책 없이 대폭 감축을 단행하자 상당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내과학회는 일부 지방 국립대병원의 진료실적이 수련병원 기준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정원을 그대로 인정하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병협 병원신임위에서 수련환경이 불량한 수련병원들을 정리하고, 정원을 감축해야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이런 식으로 정원을 줄였다가 나중에 산부인과 의사가 모자라면 복지부가 책임질거냐"고 따졌다.
소아청소년학회 측은 지방병원 안배 차원에서 정원을 책정하다보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비인후과학회는 "학회에서 그간 자율적으로 정원을 줄여왔고, 삼성서울병원은 이에 응했지만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버텼다"면서 "그런데 학회 정책에 호응한 삼성서울병원 정원을 또 줄이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2년 이상 수련병원 기준에 미달한 병원의 정원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비뇨기과학회 관계자는 "정원을 줄여서 감사한데 너무 줄였다"면서 "여기에다 내년에 또다시 정원을 감축하면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비인기과는 복지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책을 강구했지만 비뇨기과는 이런 게 전무하다"면서 "비뇨기과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수가 인상이 시급하다"고 환기시켰다.
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는 "수련환경이 부실한 병원부터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는 수련병원을 자르면 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항변했다.
영상의학회 측은 "허위로 지도전문의를 신고한 수련병원 정원을 그대로 살려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내년 레지던트 정원이 19% 줄어든 진단검사의학과는 폐과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진단검사의학회 측은 "정원을 계속 줄여 나가면 과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자율적으로 정원을 줄여왔는데 이렇게 되니까 회원들로부터 원망을 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병리학회 관계자는 "수련 여건이 좋은 병원만 전공의를 선발하도록 하고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면서 "정원만 줄이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가정의학회도 정원 감축에 유감을 피력했다.
가정의학회 측은 "수련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지방과 수도권의 형평성 때문에 정원을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방의 모지방의료원은 수련환경이 열악해 전공의들이 이동수련을 희망하고, 전공의 논문에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는데도 정원을 인정했다"고 폭로했다.